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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암호화폐공개(ICO)시장 마저 꽁꽁 얼어 붙으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극심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상대로 현금으로 초기 단계의 시드(seed) 투자에 나서겠다는 공식적으로 선언한 크립토펀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해 주목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힐스톤 파트너스(이하 힐스톤)로, 힐스톤은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중국계 파트너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올초 크립토펀드로 출범했다.
황라열 힐스톤 대표는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ICO가 어려워진데다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ICO를 원치 않는 곳도 늘어나다 보니 최대 5억원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이들 스타트업에 현금으로 초기 자금을 대는 전통적인 투자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전통적 투자와 토큰 세일에 참여하는 크립토펀드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펀드를 표방하는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PEF)가 들어오기 힘든 영역이고 크립토펀드는 초기 액셀러레이팅 단계부터 투자하기 어려워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며 “국내에서 초기에 현금으로 시드 투자를 통해 소액만 있으면 충분히 좋은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디앱·dApp)을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에 돈 댈 곳이 없는데 우리가 그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힐스톤은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출범할 계획인데, 일단 20억원 정도만 모이면 1차로 투자를 집행한 뒤 이후 2호 펀드를 출범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1억~2억원 씩만 투자할 스타트업도 있을 것이고 최대 5억원까지 들어갈 곳도 있을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 10여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시드 투자 후 프로젝트가 적정 수준이 되면 중국 파트너들과 조성한 2000억원 규모의 크립토펀드로 추가 펀딩해 초기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exit)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크립토펀드를 활용하면 조기에 시드 투자 회수가 가능해 펀드 자금 모집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힐스톤은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을 비추면 가격과 구매처 등 다양한 정보가 화면으로 뜨고 이를 토근으로 보상하는 증강현실(AR) 쇼핑앱 업체인 스캐넷체인과 블록체인 기반 개인간(P2P) 소액대출서비스인 리텀재단에 초기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투자 기준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까지 코인이 망하더라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기술력 좋은 곳에 주로 투자했다”며 “앞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과 관계 없이 △블록체인을 꼭 써야 하는지 △코인 가치가 왜 뛰어야 하는지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를 통해 힐스톤을 글로벌 펀드로 도약시키고자 한다. 그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정 국가 단위를 벗어나 전세계 어느 나라에 투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힐스톤은 투자자들과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링커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가 발굴한 프로젝트를 전세계 크립토펀드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동시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우리가 주체적으로 생태계를 하나로 엮어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