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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국악은 잊어라

이윤정 기자I 2013.06.18 08:00:00

'2013 여우락 페스티벌'
가야금명인 황병기·악사 김정희 등
유명 국악인 대거 참여
가야금연주+사진전시, 별신굿+드럼
장르 버무려 맛·멋·흥 살려
내달 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사진작가 배병우,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함께 꾸미는 토크콘서트 ‘동양의 풍경’이 내달 3일 축제의 포문을 연다(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폭의 동양화를 음악으로 만난다면 어떨까.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사진작가 배병우,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토크콘서트 ‘동양의 풍경’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시대와 장소, 장르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세 거장들의 예술은 무대 위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황병기의 ‘숲’ ‘영목’ 연주에 맞춰 배병우의 ‘소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전시되며, 양방언의 ‘프린스 오브 제주’ ‘네임 오브 덕’이 연주될 때는 ‘하늘과 바다’를 테마로 한 사진이 펼쳐진다. 공연 후에는 각자의 작품세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양방언은 “이번 무대는 동양적인 색깔이 많이 묻어나는 공연”이라며 “전통음악과의 조우로 평소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리듬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동해안별신굿은 드럼을 만났다. 꽹과리와 북의 흥겨운 가락에 감성적인 피아노반주도 더해진다. 단순히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옴니버스식 거리굿에 사회성과 시의성을 담았다. 동해안의 마지막 ‘화랭이’(악사) 김정희가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호주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함께 꾸미는 무대 ‘신이 있는 풍경’ 얘기다. 바커는 동해안별신굿 무당인 김석출(1922∼2005)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에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번 무대에선 김석출의 조카인 김정희가 다시 바커를 만나 ‘3포 세대’(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를 일컫는 신조어)와 ‘천안함 장병’의 이야기를 거리굿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 모든 무대는 내달 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국민은행 청소년하늘극장 등에서 열리는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 전통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축제다.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국악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올해는 이들이 각 장르의 뮤지션과 함께 꾸미는 콜래보레이션 공연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 속의 우리 음악들을 선보인다.

‘레전드’ ‘챌린지’ ‘크로스오버’ ‘초이스’ 등 총 4개의 테마로 한 주씩 공연한다. ‘레전드’는 전설적인 명인들을 만나보는 자리다. 황병기·배병우·양방언의 토크콘서트 ‘동양의 풍경’으로 포문을 열고(3일), 국악그룹 푸리의 20주년 기념 콘서트 ‘더 푸리’가 이틀간 열린다(5, 6일). 둘째 주의 테마는 ‘챌린지’다. 정가악회의 다큐콘서트 ‘아리랑, 삶의 노래-강원도 평창’(10, 11일)과 월드뮤직그룹 그림과 공명의 첫 협업무대 ‘바다숲’을 선보인다(13, 14일).

셋째 주는 ‘크로스오버’다. 김정희·임동창·사이먼 바커가 꾸미는 ‘신이 있는 풍경’(16, 17일), 앙상블 시나위와 국립창극단 신예 민은경의 합작인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19, 20일)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초이스’를 주제로 하는 마지막 주에는 한국음악계의 거목 김수철이 ‘거장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6년 만에 단독공연을 벌인다(24일). 이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가수 한영애, 양방언이 새로운 ‘조율’로 관객을 만난다(26, 27일).

이외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야외콘서트에서 해금 솔리스트 강은일과 창작국악집단 고래야의 무대가 꾸며지고(6일), 소리꾼 김용우와 월드뮤직밴드 억스의 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27일).

‘여우락’을 총괄하는 장재효 음악감독은 “국악이란 정의 자체가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표현하는 음악인들을 작은 상자 속에 가두는 것일 수 있다”며 “‘여우락’은 우리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음악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축제”라고 말했다.

앙상블 시나위와 국립창극단 민은경의 합작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는 내달 19일과 20일에 공연된다(사진=국립극장).
동해안 화랭이 김정희는 피아니스트 임동창, 호주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함께 내달 16일과 17일 ‘신이 있는 풍경’을 공연한다(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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