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만난 인도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한국인이 인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궁금해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엄청나게 많은 스킬드(Skilled)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라며 양국 간의 교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도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를 배출한 인재 부국이자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Chandrayaan-3)를 성공시킨 과학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말에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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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현재와 경제 발전에 대한 자신감은 수도인 뉴델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와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가 얽혀 복잡한 도로가 외국인을 놀라게 하지만 친환경 전기버스가 시내를 누빈다. 인도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근처에는 한국의 쇼핑몰보다 더 화려한 앰비언스몰이 있다. 뉴델리 근교인 노이다에는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인도의 판교라 불리는 구르가온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밀집해있다. 시내 중심가를 느릿하게 걷는 소를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으나 화폐거래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더 익숙할 정도로 IT 기술이 생활에 자리 잡은 나라다.
다수의 인도인들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인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수출 확대를 위한 자립인도(Self-Reliant India) 등 민간투자 주도의 친성장, 친기업 정책이 핵심이다. 모디노믹스를 기반으로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6.84% 성장했다.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간 지난해를 비롯해 올해도 6%대 성장이 점쳐진다. 외국인의 대(對)인도투자액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전 8년간 평균 247억 달러 수준이었던데 반해 이후 4년간 평균 381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경제계에서는 인도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28개 주로 구성된 거대국가인 인도에서는 지방 정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주요 국가발전 정책은 인도 사기업과의 협력이 전제된다. 인도 최대의 기업집단인 타타(TATA)그룹과 에너지와 전자상거래, 통신업의 릴라이언스(Reliance) 그리고 인프라와 원자재 개발이 핵심인 아다니(Adani) 그룹 등이 주요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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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며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도가 식민지배국이었던 영국을 제치고 GDP 순위 5위에 오르고, 중국을 대신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자리하면서 한국과 인도의 경제적 협력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S&P글로벌과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2030년에는 독일과 일본을 추월하고 미국과 중국에 이은 G3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할 때 한반도 주변을 넘어 인도까지 시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산업구조 및 경제적 관계에서도 양국이 상호보완적인 만큼 협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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