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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섬세하게…나란히 앉은 두 천재, 객석 홀리다

윤종성 기자I 2021.03.09 06:00:00

[리뷰]임동민·동혁 형제 ''듀오 리사이틀''
2005년 쇼팽콩쿠르 공동 3위 입상
형제가 함께 연주하는 최초의 공연
공연 내내 탁월한 균형·일치감 압권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피아니스트 임동민·동혁 형제가 처음으로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가졌던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현장에서 만난 한 클래식계 관계자는 “형제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몹시 궁금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 만큼 클래식계에서 큰 관심을 받은 공연이었다. 형제는 1996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콩쿠르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200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면서 일찍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형제가 같이 무대에 오른 적은 1997년과 2006년, 2014년 세 차례뿐이었고, 함께 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왼쪽)·동혁(오른쪽) 형제가 지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중 로망스, 타란텔라를 연주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4살 터울의 형제이지만 둘은 외모부터 연주 방식까지 너무 다르다. 임동민의 연주는 단단하다. 유려한 음색으로 귀를 홀리기보다는 힘있게 밀고 나가는 타입이다. 자칫 투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잔가지를 잘라내 담백하고 뚝심있게 연주한다. 반면 임동혁은 선율과 쉼의 경계를 섬세하게 다뤄내는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연주자다. 같은 악보도 사람에 따라 연주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임동혁은 10대 시절부터 이 부분에서 탁월했다. 개성 강한 형제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됐다.

둘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2005년 쇼팽 콩쿠르 무대를 재현하듯 쇼팽의 곡들을 연주한 1부 무대가 끝나자 스태프 한 명이 올라와 피아노 앞에 의자를 하나 더 놓았다. 15분간의 인터미션(중간휴식)을 마치고 시작한 2부 공연. 큰 박수를 받고 무대에 오른 두 형제는 객석을 향해 간단하게 목례한 뒤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했다.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적이고 비애감이 깔린 주제 선율이 감동적인 곡이다. 하지만 한 대의 피아노는 형제가 나눠 쓰기에는 작았다.

형제가 다시 무대를 내려가자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스테이지 도어를 활짝 열어젖히고 피아노를 한 대 더 들이더니 무대를 새롭게 세팅했다. 이날 처음으로 서로 마주 보고 피아노 앞에 앉은 두 형제는 서로를 짧게 응시한 뒤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중 ‘로망스’, ‘타란텔라’를 연주했다. 형제는 라흐마니노프의 넓은 감성의 폭을 훌륭하게 포착해 로맨틱하고 화려한 연주를 펼쳐냈다.

첫 듀오 리사이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탁월한 균형감을 보여줬다. 함께 연주하는 내내 보여준 일치감과 음색의 세밀한 조탁이 듣는 재미를 더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기에 가능했던 절묘한 호흡이다. 평소 형은 동생에 대해 “제일 뛰어난 한국인 피아니스트”라고, 동생은 형을 두고 “쇼팽과 슈베르트, 모차르트 해석이 매우 훌륭하다”라며 추켜세운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두 천재 피아니스트의 듀오 리사이틀은 서귀포예술의전당(9일), 광주문화예술회관(14일) 등 아직 두 번 더 남았다.

피아니스트 임동민(가운데)·동혁(왼쪽) 형제가 지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하고 있다(사진=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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