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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통신사 '갑질' 시정안 내놓은 애플…공정위 눈높이 맞출까?

김상윤 기자I 2020.05.12 05:00:00

동의의결안 13일 전원회의서 다시 심의
고발요건·피해구제 신속성·소비자보호 관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3일 애플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에 대한 ‘갑질’ 혐의를 해소하기 위한 자진시정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애플코리아가 그간 통신사에 떠넘긴 광고비·수리비를 분담하고, 궁극적으로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지가 관건이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통신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안이 13일 전원회의에서 다뤄진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반려한 지 8개월 만이다.

◇ 동의의결안 수용여부에 애플코리아 과징금·고발 향배

동의의결은 위법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수용할 경우 애플코리아는 수백억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면할 수 있다. 반면 통신3사와 소비자들은 과징금에 걸맞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수용하려면 엄격한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해당 혐의가 검찰 고발 사안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 사무처는 애플코리아의 불공정행위가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계약을 지속적을 맺어 단말기-통신사 간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애플코리아는 자사가 내야할 광고비·수리비 등을 통신사에 떠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애플코리아는 글로벌 사업모델을 통일하기 위한 정당한 계약이라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사안은 고발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과 사안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애플코리아는 통신사와 대등한 거래관계일 뿐 ‘갑을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해 왔다. 해외경쟁당국은 사적 계약문제는 민사로 다루고 있는 터라 공정위가 형벌까지 부과해야한다고 결론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통신사 경영 피해, 결국은 소비자 부담

결국 동의의결 수용여부는 신속한 피해구제 및 소비자보호 여부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애플코리아의 갑질 혐의는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만약 애플코리아가 계약조건을 바꾼다면 올해말부터는 통신사는 광고비와 수리비를 애플코리아와 분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통사가 폐업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갑질’ 문제처럼 신속한 피해구제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애플이 심의를 시작한지 1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동의의결을 신청 한터라 공정위 내부에서도 신속한 피해구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른 갑질과 달리 통신사가 경영위험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여부가 핵심이다. 애플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1차적으로 통신사가 피해자이지만, 결국은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통신사가 애플이 떠넘긴 광고비와 수리비를 통신요금에 반영해서다.

그러나 통신요금은 아이폰 사용자뿐만 아니라 삼성, LG폰 사용자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 피해만 명확하게 발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애플의 자진시정안이 통신사의 피해 구제로만 그칠 경우엔 동의의결 취지가 약해지기때문에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까지 담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1차 자진시정안보다 개선책 포함여부 핵심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올해 업무보고에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동의의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CT분야의 경우 과거 제조업과 달리 불법 여부를 판가름할 룰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시장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동의의결을 통해 신속한 해결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무계획과 무관하게 고발요건, 피해구제 신속성, 소비자 보호 등 동의의결 요건에 충족한다면 자진시정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애플코리아가 지난번 1차 자진시정안보다 충분한 개선책을 담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동의의결 절차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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