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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성공학]⑭ “장사꾼 아닌 사업가가 되고자 합니다”

박철근 기자I 2016.07.27 06:00:00

상황버섯 분말 유통업체 글로션코리아 김도형 대표
직원 ‘사기’로 수입 수산물 유통사업 실패
폐업 후 자살까지 결심…부채 상환 후 재기 결심
상황버섯분말 시장 개척…TV홈쇼핑 통해 판매 확대 기대

[인천=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떨결에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위기가 닥쳤을 때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철저하게 준비해도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그 때야 깨달았습니다.”

지난 22일 인천 본사에서 만난 김도형(40) 글로션코리아 대표는 지난 1999년 23살의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수입 수산물 배달일을 하던 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평소 친분이 있던 거래처 대표의 지원으로 그 회사를 인수하면서 부산에 본사를 둔 세영상사의 서울사무소를 맡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해 과거 직원일 때처럼 함께 열심히 일했다”며 “사세가 확장되면서 연평균 70억~8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잘 되는 사업에 주변을 둘러보기 어려웠던 김 대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데리고 있던 직원이 중국회사와 짜고 사기를 친 것.

냉동수산물 수입의 경우 선금을 지급해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당시 중국회사에 물품대금을 모두 지급한 뒤 확인한 물품이 대부분 부패해버렸다. 이미 물품 대금은 지급했고 대형마트에 납품해야 할 수산물은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 대표가 사기를 당한 금액은 약 3억원. 그는 “3억원의 피해를 메우려다보니 회사 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결국 2006년 약 7억원의 부채만 남긴 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폐업 후 김 대표는 좌절의 늪에 빠졌다. 그는 “TV에서만 봤던 사업 실패 후 자살을 생각하는 모습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사업실패와 함께 이혼까지 하면서 심신의 어려움이 배가됐다고 전했다.

좌절만 한 채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냉동수산물 유통업체에 취직해 채무를 갚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채무가 없어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7년이 걸린 채무 상환이 모두 끝나고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사업을 결심했다. 2014년 기존에 하던 냉동수산물 수입 및 식품류 가공 유통을 하는 글로션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채무상환 과정에서는 돈을 제1의 가치로 삼고 일을 했다”며 “당시 내 자신이 장사꾼처럼 사는 게 싫었다. 다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장사꾼이 되지 말고 사업가가 되자’ 였다”고 강조했다. 장사꾼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쫓지만 사업가는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재기에 나서자마자 김 대표는 현대홈쇼핑(057050)에 ‘통문어숙회’, ‘참이맛감자탕’을, NS홈쇼핑에 ‘김혜자의 안창살 구이’ 등 수산물 및 식품류 가공을 통한 홈쇼핑 상품소싱·납품·조달을 통해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3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션코리아가 미래 주력사업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바로 상황버섯이다. 상황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이라는 물질은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주변 지인의 소개로 경북농업명장인 류충현 씨를 소개받아 상황버섯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상황버섯분말 제품도 상황버섯과 효능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공인받고 판매에 매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상황버섯은 버섯 그대로 판매됐을 뿐 분말형태로 판매된 사례가 없다”며 “시장을 선점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낯선 상황버섯분말 제품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는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식품회사와도 상황버섯분말을 이용한 제품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회사 매출의 40%를 상황버섯분말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정부의 재창업 지원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 번 폐업 또는 부도가 나게 되면 제도권을 통해 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패 이전에 고용창출 및 성실세금납부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는 국가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다음 계획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그는 “식자재 유통사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외식 산업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몸에 좋은 상황버섯분말을 활용할 수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김도형 글로션코리아 대표가 상황버섯분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글로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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