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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고의 민생과제’라면서 신뢰 잃은 부동산정책

논설 위원I 2020.07.08 05:00:00
급기야 “지금 최고의 민생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가 부동산 대책을 채근하면서 한 발언이다. 시중의 유동성 홍수를 배경으로 곳곳에서 집값이 급등하면서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놔봐야 겉과 속이 다르고, 말 따로 행동 따로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되풀이됐던 일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이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정책의 적절성과 효과는 물론이고 그 의도와 진정성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든 시장에서 먹히기 어렵다.

정책의 최고 사령탑인 청와대에서부터 ‘불신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중이다. 참모진에게 솔선수범 차원에서 다주택 해소를 요구하던 노영민 비서실장이 정작 자신은 서울 반포동이 아닌 연고지 청주에 있는 집을 팔겠다고 밝힌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을 잃었다. 규제대상 지역에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청와대 참모가 아직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주택관련 부서 간부들도 예외가 아니다. 다주택자인 여당 국회의원도 40여명에 이른다. “살 집 한 채만 남기겠다”는 총선 당시의 약속을 이행한 경우는 거의 없다.

땜질식 처방이 오락가락 반복되는 것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가 대표적이다. 당초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제도를 도입해놓고도 불과 3년 만에 슬그머니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이다. 주택 투기를 부추기는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6·17 대책에 따른 은행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의 중도금·잔금 융통을 가로막는 문제가 확인되자 뒤늦게 보완책을 강구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이 “다 작동하고 있다”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조만간 후속대책이 골격을 드러내겠지만 시장 흐름을 무시하는 방법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땜질작업이 아니라 골조공사부터 다시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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