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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희망을 말한다]새해 부활 기대감 가득…쌍용차 ‘비밀병기’ 출격 준비

이소현 기자I 2019.01.04 06:00:00

작년 ‘내수 3위’ 부활 전초기지 평택공장 가보니
렉스턴 스포츠 롱보디 ‘렉스턴 칸’ 양산 준비
코란도C 후속 ‘C300’ 시험 생산·라인 재정비
주간 연속 2교대(8+8) 도입..생산성·워라밸↑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1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티볼리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평택(경기)=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인이 기다려온 우리 명차 티볼리, 최고 품질 고객 만족 쌍용인은 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조립 1라인에는 10년 전 법정관리, 옥쇄파업 등 어두운 세월을 견뎌내고 지난해 ‘내수 3위’로 부활한 쌍용차 현장 근로자들의 자신감을 북돋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업자들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티볼리와 티볼리에어, 준중형 SUV 코란도C 조립이 한창이었다. 이 세 가지 모델은 같은 라인에서 혼류 생산 중이었다. 숙련공들은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차량은 물론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 영국 등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제작명세서 분류에 따라 동시에 조립했다.

이날 공장 밖은 영하의 날씨로 추웠지만, 공장 안은 따끈한 신차 생산으로 활기가 넘쳤고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론은 쌍용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1987년 쌍용차의 역사와 함께 시작해 평택공장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조립 1라인은 거대한 유기체처럼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1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티볼리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주간 2교대, ‘생산성·워라밸’ 일거양득

쌍용차 평택공장은 지난해 9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8+8)를 실시했다. 1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2조가 오후 3시40분부터 다음날 밤 12시30분까지 근무한다. 이렇게 평택공장 1라인에서 총 300여대를 생산한다.

지난해 렉스턴 브랜드를 생산하는 3라인의 백오더(back order·주문은 들어왔지만, 생산량이 따라주지 못해 충족시키지 못한 수요량)는 1만대까지 달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9월 훈련기간을 거쳐 10~12월 3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주간 연속 2교대를 실시한 결과 1200여대를 추가로 생산했다. 이는 쌍용차 연간 내수 판매량의 1% 규모로 단기간에 근무시간 조정만으로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주간 2교대 시행으로 주 52시간 근무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함과 동시에 회사는 생산성 향상을, 근로자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얻었다. 과거 쌍용차 근로자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일했다. 특히 밤을 꼬박 새우는 야간조(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근무는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33년 동안 야간 근무를 해온 유상국 조립1팀 공장은 “많은 근로자들이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환영한다”며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다”고 했다. 유 공장은 지난해부터 헬스클럽에 등록해 체력 관리에 나섰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은행업무, 자녀 학교 행사 참석 등으로 외출과 조퇴가 확 줄어든 것이다.

생산성 향상 밑바탕에는 끈끈한 노사관계가 있다. 1라인은 25만대 생산 규모에 실제 생산은 15만대로 공장가동률은 60%에 그치지만, 생산효율은 99%에 달한다. 근로자들이 파업 등으로 라인을 세우는 일 없이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파업이 연례행사인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쌍용차는 ‘9년 연속 무분규’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직원들은 임금을 동결하고, 임원은 임금 10%를 반납하며 미래차 시장 준비를 위해 뜻을 함께했다. 지난해 말엔 10년 만에 해고자 71명이 복직했다. 나머지 48명은 올해 상반기 단계적으로 복직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올해 10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에 도전한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은 “쌍용차가 국내 시장에서 11만대까지 판매를 끌어올려 내수 3위를 기록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법정관리, 옥쇄 파업 아픔을 겪으면서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1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티볼리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年 16만대 판매 목표…신차 3종 출시

주간 연속 2교대 등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올해 16만대 판매에 도전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2002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실적 경신이다. 쌍용차의 자신감에는 신차가 뒷받침한다. 쌍용차는 렉스턴 칸을 시작으로 코란도C 후속 모델인 C300(프로젝트명),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등 총 3종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티볼리로 이룬 부활을 이제 렉스턴과 코란도 브랜드로 확대해 2020년 20만대 규모까지 늘리는 등 흑자기조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쌍용차 목표다.

3라인에서 생산하는 렉스턴스포츠는 지난해 4만5000대 이상 판매되며 애초 예상보다 선전했다. 새해 자동차업계 첫 신차로 3일 렉스턴 스포츠 롱보디 모델인 ‘렉스턴 칸’이 공식 출시되면서 근로자들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미 3라인에서는 렉스턴 칸 시험 가동에 돌입했으며, 양산차 제작을 위한 라인정비도 마쳤다.

1라인은 신차 C300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이날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에는 위장막이 씌워진 C300 차량의 주행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공장 내부에서는 시험 생산된 C300의 품질 점검도 이뤄졌다. 언뜻 보기에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고 후면부가 각진 모습으로 전반적으로 볼륨감이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쌍용차는 이달 초 라인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양산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코란도는 과거 쌍용차의 아이콘이었다. ‘SUV=코란도’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인 코란도는 올해 쌍용차 최대 비밀 병기가 될 전망이다.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쌍용인은 할 수 있다”며 “올해 SUV명가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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