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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숨진 9급 공무원 순직 불투명..속타는 유족

최훈길 기자I 2017.08.15 06:00:00

단속정 엔진 폭발로 20대 어업감독 공무원 숨져
순직 심의일 미정, 정부 "위험직무인지 살펴봐야"
연금법에 어업감독 공무원 '위험순직 규정' 없어
조업단속하다 숨져도 처우 열악..유족 "대책 필요"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0대 9급 공무원이 해양 근무 중에 폭발 사고로 숨졌지만 순직(위험근무 순직) 여부가 불투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험한 직무를 수행했는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들과 동료들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경남 통영에서 단속정(약 3t)이 폭발해 김원(29·선박항해 직렬) 주무관이 숨졌다. 당시 욕지도 부근 해역, 항포구, 어선 등을 조사한 뒤 시동을 켜자 단속정 엔진이 갑자기 폭발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해경,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이 조사 중이다. 앞서 김 주무관은 올해 9급 공무원(국가직)으로 임용돼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감독 공무원으로 불법어업 감시·감독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폭발 사고로 숨져도 정부 “위험직무인지 봐야”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김원 주무관이 지난달 25일 고속정 폭발로 숨졌다. [사진=MBC]
사고 이후 유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순직,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유가족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다 폭발 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해 이름이라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려면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순직 공무원, 인사혁신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 국가보훈처 심의에서 국가유공자로 잇따라 인정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유족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지난달 사고 이후 20일이 흘렀지만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순직 심의 날짜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서류가 부족해 아직 급여심의회 일정은 미정”이라며 “절차상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직 승인을 받더라도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는 건 더 어렵다.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장은 현재 김판석 인사처장이 맡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위험한 직무였는지는 서류를 통해 여러 사고 상황을 봐야 한다”며 “법대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이나 동료들은 법대로 심사하겠다는 말이 더 우려된다. 현행 법이 어업감독 공무원의 처우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무원연금법(3조)에 따르면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이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危害)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을 뜻한다. 관련 위험직무 사례로 경찰관·소방관·대통령경호실·산림항공헬기 조종사·교도관 등이 연금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인사처 소관 법률인 연금법에 어업감독 공무원 관련 규정은 빠져 있다. 이는 해수부 소관 수산업법과 대비된다. 수산업법(72~73조)에는 어업감독 공무원이 불법어업 방지 업무 등을 수행하고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어업감독 공무원이 경찰 업무와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연금법의 ‘위험직무’로 처우를 보장 받지는 못하는 셈이다.

◇유족 “희생하는 공직자 위한 대책 필요”

김원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주무관의 영결식이 지난달 28일 목포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엄수됐다. 해수부는 김 주무관에 대해 지난달 1계급 특진(특별승진) 조치를 시행했다.[사진=해양수산부]
이 때문에 업무 중에 다치거나 숨져도 홀대를 받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임영훈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어업감독 공무원은 불법 어선에 비무장 상태로 대응하다 보니 해경보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조직이 작고 여론의 관심도 적다 보니 고생을 해도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서해·남해 어업관리단 소속 어업감독 공무원은 현재 589명(정원 기준)으로 2교대 근무 중이다.

이광남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망망대해에서 단속 업무를 하는 건 예측불허 상황이 많아 육상 단속보다 더 위험하다”며 “의사결정을 하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서류만 볼 게 아니라 직접 어업지도선을 타보고 경험하면서 문제를 인식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 관계자는 “군인·소방·경찰과 업무 성격이 다를 뿐 어업감독 공무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공직자”라며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 받도록 관련 연금법을 촘촘히 만드는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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