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다양한 가족 형태 포용하는 사회 만들자

이지현 기자I 2017.05.23 06:00:00
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통계청과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도 곧 새로운 통계가 나오겠지만,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나타난 가족의 통계’는 한국 가족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화함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24.8세이던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015년 드디어 30.0세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20년 이상 함께 한 부부의 이혼 비중은 29.9%로 증가 중이다.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자녀가 성년이 될 무렵 부부의 이혼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 수치는 현재 한국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국에서 여성과 남성의 인구 비율은 1 대 1이지만, 60대 이상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황혼 이혼이 증가할수록 60대 이상 단독가구주가 늘어나며, 특히 여성 단독가구주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60대 미만 연령대의 남녀 비율에서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미혼 남성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1.8%로 미혼여성(38.7%)보다 높다는 것을 볼 때 성년이 된 나의 아들이 결혼을 희망할지도 궁금하고, 짝을 찾을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우리 삶의 모습은 흘러가는 대로 둔다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가족’이 정말 무슨 의미인지, 새로운 ‘가족’을 언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가족의 의미와 모습’도 사회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틀이 아닌,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각자 진정 원하는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 안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가족이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등으로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는 가정을 ‘사람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꼭 혈연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 ‘선택’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미국의 NBA 스타 지미 버틀러, 그는 13세에 부모에게 버림받아 거리를 떠돌다 농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조던의 집에 가게 되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웃의 만류에도 조던의 가족은 지미 버틀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누군가의 사랑이 어색하고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찾던 지미 버틀러에게 조던의 가족은 진짜 가족이 되어 주었다.

가족이 생기며 안정을 찾은 지미 버틀러는 농구에 두각을 나타냈고 마침내 명문구단인 시카고 불스의 선수가 되어 연봉 1640만 달러(약 198억)를 받는 NBA 스타가 되었다. 지미 버틀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이 아니었다면 절대 그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듯 가족의 탄생은 결혼과 혈연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형태도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독신가구로 다양해지고, 내현도 입양가족, 동거가족, 재혼가족 등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해진 현상과 달리 우리 의식이나 가치관의 변화 속도가 달라 세대 간, 남녀 간, 출신국 간에 갖는 편견도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오랫동안 단일민족 의식에 젖어 있던 우리 국민들이 다문화가족이 많아지고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문화가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2012년 60.1점에서 2015년 67.6으로 상승한 것을 볼 때 점차 우리사회도 다양한 이웃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새로움을 수용하는 가치 변화의 시작이 보인다. 다문화수용성을 높이고 다문화가족을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받아들임과 같이 지금이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 원하는 ‘새로운 가족가치’도 만들어 갈 기회이다. 과거 일에 매진하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나와 가족’의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면, 그걸 실현하도록 지지하는 국민적 공감과 인식이 자라나야 한다.

코카콜라 사장이었던 브라이언 다이슨은 인생을 다섯 개의 공을 가지고 노는 저글링에 비유한다. 일, 가족, 건강, 친구, 정신의 공이다. 일은 고무공이지만 가족 등 다른 영역은 유리공이기 때문에 더 세심히 다뤄야 하며 일단 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고 했던 것이 매우 가슴에 와 닿는다.

가족의 의미를 되찾고 싶은 5월. 가족의 가치가 온 국민 모든 가정에서 회복되고 새로운 대한민국 가족을 꿈꾸는 우리 사회에 모두가 공감하고 선택 가능한 가족의 의미와 가족친화적 사회문화가 우리 사회에 하루속히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김태석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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