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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세계경제)미국,"어떤 회복 곡선(?)"

김태호 기자I 2001.12.31 13:59:31
[edaily] 미국 경제에 있어 2001년은 사상 최장기의 경제호황이 끝나며 불황으로 진입한 한해였으며 9.11테러와 이에 대응한 테러 전쟁이라는 최악의 불확실성을 경험했던 한해였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때문에 전세계의 관심은 과연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쏠리고 있다. 다행히도 비관적인 전망보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12년래 최악의 감원 내년 전망에 앞서 올해 미국 경제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지표가 있다. 올해 미국 기업들은 약 100만명을 감원해 12년만에 가장 큰 폭의 감원을 단행했다. 89년 이후 이 정도의 감원이 단행된 해가 없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9.11테러가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테러 후 감원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됐으며 이 덕분에 11월 미국의 실업률은 5.7%로 집계돼 전년동월의 4%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바닥 친 미 경제 이런 상황에서 내년을 맞이하는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다소 긍정적인 새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리인하와 세금 감면으로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전히 테러 전쟁 지속 여부와 잠재적인 테러 공격이라는 악재가 남아 있기는 하다. 바클레이 캐피탈의 수석 연구원인 헨리 윌모어는 "실업률을 제외하고는 소비 지출에서 주택건설까지 모든 것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고율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으며 이는 내년초 강한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블루칩 경제지표 서베이 결과도 긍정적이다. 조사 대상자의 70% 정도가 현재의 경기 불황이 내년 4월에는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내년 1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0.4% 성장하고 2분기에는 2.6%, 3분기에는 3.8%, 4분기에는 3.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호너 선임 투자전략가는 "경기 회복의 첫단추는 재고 청산율이 고점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내년에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 5%의 경제 성장률을 예상했다. 세계 IT 산업의 잣대가 되는 반도체 산업도 올해 최악의 해를 맞은 뒤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도 역시 재고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뒷받침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형 반도체 업체간의 합종 연횡이 진행돼 생산량 감축이 이뤄지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는 내년에 반도체 산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예전에 비해서는 다소 느린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금리 향방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제 부양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열한번"이라는 기록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준 금리는 40년만에 가장 낮은 1.75%를 기록중이다. 지난 11일 정책회의 후 연준리 관계자들은 "수요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고 말해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인 코멘트를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 위축의 우려감은 남아 있는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월29일 연준리 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지 여부를 놓고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 시장은 25bp 인하 가능성을 24%만 반영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리가 이미 할만큼 했다는 반응이다. 노던 트러스트의 폴 카스리엘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내년초 위축될 전망이지만 연준리는 이미 조취를 취했다"고 말했다. 반면 메릴린치의 채권 담당자인 제랄드 루카스는 경기가 확실하게 반환점을 돌때까지 연준리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1월에도 추가 금리인하가 이루어 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질 때까지는 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경제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연준리는 실업률 상승이 멈추고 설비 가동률 감소 추세가 끝날때 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또한 아직도 인플레이션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제 부양책 불발은 문제 안돼 전문가들은 부시 미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던 경기 부양책의 연내 채택이 끝내 무산됐지만 이것이 경기 회복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미 감세안이 상당한 수준의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9.11테러 이후 곧바로 경기 부양책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그린위치 캐피탈의 스테픈 스탠리 연구원은 "내년 미 경제는 경기 부양책이 있건 없건 간에 견고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의 윌모어 연구원은 경기 부양책이 경제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책이 없어도 내년에 미국 경제는 3.5%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물도 있다 아직까지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많은 제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자본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시장이 더 악화될 경우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라이트슨 어소시에이트의 로우 크랜덜 수석 연구원은 "소비 지출이 급격히 악화되면 경제 회복이 지연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자동차 업계가 무이자 할부 판매를 실시함으로써 매출이 급증한 것이 경기가 불황을 벗어났을때 이를 가속화 시킬수 있는 수요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상황은 소비가 계속 지속돼 경제의 다른 분야가 정상 궤도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위축된 미 경제의 희망이었던 주택시장도 실업률이 상승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주택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높아지면 상황이 나빠지겠지만 모기지 금리가 7% 이상을 상회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유지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한가지 잠재적인 불안 요소는 테러 전쟁의 장기화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테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 미국을 향한 상대 세력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그것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불안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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