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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예비군 정예화'말잔치 언제까지

김관용 기자I 2024.04.10 06:15: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지난 5일은 제56회 예비군의 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예비전력 정예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원부대의 무기체계, 장비, 물자를 상비전력 수준으로 높이고 첨단 기술을 적용한 예비군훈련장을 구축할 것”이라며 “예비군 훈련보상비와 급식비를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비슷한 내용을 약속했다. 다 좋은 말씀인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약속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현재 우리 예비군은 약 250만명 수준이다. 2박3일동안 진행되는 동원훈련 보상비로 현재 8만2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꾸준히 올랐다고 하지만, 하루 3만원도 안되는 돈이다. 최저시급 9860원 시대에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지원금 포함해서 165만원이다. 3일치로 환산하면 16만원쯤 된다. 병장보다 더 빠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원예비군들에게 병장 월급의 절반 수준의 훈련비로 ‘애국페이’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동원예비군은 지역예비군에 비해 낫다. 하루 8시간 훈련을 받아야 하는 지역예비군은 교통비와 식비를 합쳐 1만6000원을 받는다. 동원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동원 미참 훈련자도 같은 대우다. 시급 2000원 수준의 훈련인 셈이다.

예비군을 박대하는 현실의 근본 원인은 역시 예산 제약이다. 현재 250만 예비군을 관리하는 예산이 고작 0.5%(2616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까지 0.4%였던 것이 2022년 인상된 게 이 정도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예비군 1인당 10만원 남짓한 예산이다. 이 예산으로 훈련비도 지급하고 장비도 개선해야 한다. 예비군의 날만 되면 외치는 ‘예비전력의 정예화’를 추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예산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예산 증액이다. 그러나 예비전력 예산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다른 쪽 예산을 줄여야 한다. 바로 여기서 한국군의 구조적 어려움이 드러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59조4000억원 정도다. 이 예산으로 48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으로 영국은 700억 달러의 국방비로 예비역 포함 17만700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578억 달러로 21만6000명, 프랑스도 570억 달러에 22만40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539억 달러로 30만3000명을 유지한다. 병력 1인당 국방비를 계산하면 영국은 우리의 4.1배, 독일은 2.7배, 프랑스 2.6배, 일본은 1.8배나 된다. 이러한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현 국방비로도 48만의 정규군을 유지하는 것이 버거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선택은 국방비를 크게 확대하거나, 그럴 수 없다만 정규병력(현역)을 줄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재정수요를 감안할 때 이미 GDP 대비 2.72%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증액은 불가능할 것이다. 남는 대안은 현역을 줄이고, 정예화된 예비군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예비전력의 정예화를 통해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훌륭한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전력의 38%를 예비역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소요 예산은 16%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243억 달러의 국방비로 63만40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예비역이 46만5000명으로 전체 전력의 73.3%를 차지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예비역은 바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병력감축은 시작되었고, 필요한 규모의 현역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현역 중심의 병력구조에서 현역과 예비역이 함께 중심이 되는 병력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역 35만에, 정예화된 예비역 65만을 양성할 수 있다. 병력절감에 따른 급여와 식대, 피복 감축분을 예비전력비로 전환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인구 절벽과 예산 제약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대안이며, 젊은이들의 헌신에 제대로 보상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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