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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같았는데’…일진머티리얼즈·메디트의 묘한 분위기 변화

김성훈 기자I 2022.08.27 10:20:25

[위클리M&A]
하반기 M&A 쌍두차마 분위기 변화
증시 침체에 주춤한 시총 변수로
한층 깐깐해진 외국계 원매자 변수
시장전망 뒤엎는 결과 나올지 주목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하반기 M&A(인수합병) 시장을 이끌 주요 딜(거래)로 꼽히는 일진머티리얼즈(020150)와 메디트에 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두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때만 해도 잘만 받으면 몸값 3조~4조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뭇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비슷한 조 단위 가격이 점쳐지던 매물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며 막판 반전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의 전망을 뒤엎을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있는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전경(사진=일진머티리얼즈)
◇ 조단위 매물 쌍두마차 엇갈린 분위기

일진머티리얼즈와 메디트는 하반기 M&A 시장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매물들이다. 업종은 다르지만,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2차전지용 소재 동박(일렉포일),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라는 각자 업종에서 매력적인 회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인수만 한다면 해당 업군에서 주요 포지션을 점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수 조원을 웃도는 가격대가 눈길을 끌었다. 두 기업 모두 3조~4조원에 초반 매각가가 형성되면서 이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하반기를 넘어 올해 최고의 빅딜 자리로 올라설 가능성마저 점쳐졌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여파로 자본시장 분위기가 마뜩잖은 상황에서도 호기롭게 매각을 추진한 점도 공통점이다.

비슷한 출발선에 섰던 두 매물은 최근 들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본입찰을 마친 일진머티리얼즈는 유력 원매자들이 이탈하거나 인수를 망설인다는 소식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유력 원매자 중 하나였던 베인캐피탈이 본입찰에 나서지 못한 데 이어 본입찰에 나선 롯데케미칼도 가격 협상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매각전 초반만 해도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가는 최소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주춤한 시가총액이 발목을 잡고 있다. 26일 종가기준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은 3조4000억원에 못 미친다. 매각 대상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보유 지분(53.3%)을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1조8000억원 전후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넉넉히 쳐준다 하더라도 당초 거론되던 3조원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쟁자가 다수 붙으면서 옥션(경매) 형태로 이뤄져야 가격에 탄력이 붙는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결국 디스카운트 된 매각가를 받아들이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매각 측이 원하는 밸류에이션 반등을 위해서는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매력 어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트가 KKR과 S-칼라일 컨소시엄 등 복수의 원매자를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사진=메디트)
◇ 우려 딛고 희망 매각가 받아낼까 관심

반면 본입찰을 진행한 메디트는 KKR, GS-칼라일 컨소시엄 등 복수의 원매자를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하면서 분위기 몰이에 성공한 모습이다. 숏리스트에 오른 원매자 모두 자금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장에서 점치는 메디트 매각가는 3조~4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기록한 메디트 에비타가 104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8~37배 수준의 멀티플을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동종업계 유사 기업들의 멀티플이 20~30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가 아직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숏리스트에 오른 원매자 모두 글로벌 PEF 운용사로 진용이 꾸려졌다는 점이다. 최근 유리한 투자조건을 요청하는 등 투자를 망설이는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태도가 매각전을 좌우할 변수가 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다자구도로 짜인 만큼 매각 측이 중간에서 협상의 기술을 보인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평도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달러 강세로 국내 투자가 유리하게 조성되는 상황에서도 외국계 PEF 운용사 등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면서도 “단독 협상이 아닌 다자구도기 때문에 중간 이탈이라는 변수가 있지 않은 이상 협상 주도권을 뺏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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