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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이슈Law]가해자 형사처벌 조항 없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송길호 기자I 2021.06.11 06:10: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는 자신의 아파트 옆 화단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병원으로 옮겨 졌으나 당일 사망했다. A씨의 자택에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가 발견되자, 지난 2일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관련 임원들의 직무정지를 권고했고, 최근 네이버가 이를 수용하여 관련 임원들을 직무정지 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이 네이버가 신속히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조치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밝혀져도 가해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인사조치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이뤄지기는 어렵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2, 제76조의3에서는 사용자(회사)로 하여금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은 가해자가 아닌 사용자(회사)에 대한 것이다. 사용자(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이는 사용자(회사)의 관리책임 내지 2차 가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지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아니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과정에서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등의 행위가 수반되었다면 폭행죄, 협박죄,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수반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직장 내 따돌림, 업무 전가, 사적지시, 업무 배제, 야근이나 주말 출근 압박 등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가해자가 벌금을 부과 받거나 교도소에 가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통계자료 상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발견된다. 고용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접수 및 처리현황’ 자료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실제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건 0.3%에 불과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범죄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징계나 인사발령 등을 통해 충분한 불이익을 줄 수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형사처벌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나 과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형사처벌 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개념 정의를 달리하거나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범죄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범죄화 하자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그대로 두는 것이 타당한지, 괴롭힘 방치법이 아닌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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