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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피부치료'와 '탈모치료' 메카, 원텍 대전 공장

박경훈 기자I 2018.05.11 00:25:00

원텍, 피부과용 레이저 치료기기 생산업체
나노보다 1000분의 1초 미세한 '피코초' 장비 1위
B2C로 영역 넓혀 탈모치료기기 '헤어빔'에 힘 쏟아

원텍 직원이 피부과용 레이저 치료기기인 ‘피코케어’ 의 레이저 출력을 검사 중이다. (사진=원텍)
[대전=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일반 공장과 다르게 연구인력이 생산까지 겸합니다. 민감한 레이저 의료기기 특성상 ‘지식’과 ‘숙련도’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10일 찾아간 대전시 유성구 원텍 본사 겸 공장.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장 직원 구성이었다. 일반적인 공장에는 주부사원이나 숙련된 중장년층이 생산직의 주를 이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자동화설비로 이뤄진 첨단공장에는 사람을 대신해 기계만 놓여있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원텍 공장 안에 들어섰을 때 20~30대 젊은 연구인력들이 제품을 만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텍 공장 안내를 맡은 유한영(45) 연구기획실장은 “각종 부품 사이로 레이저 선을 평행하게 맞추는 것은 단순한 조립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이들이 3~4년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야 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원텍은 지난 1999년 김종원(66) 회장이 설립한 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한동안 통신용 광케이블에 주력했다. 이후 신사업을 고민하던 김 회장이 ‘광케이블 기술을 활용해 레이저 의료기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게 오늘의 원텍이 됐다. 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 국내시장은 연간 1000억원 정도의 틈새시장이다. 이마저 수입산이 오랜 기간 장악해왔다.

원텍은 수입산에 비해 앞선 성능에 25~50% 저렴한 가격, 사후관리 등을 앞세워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그 결과, 원텍 매출액은 2015년 286억원에서 지난해 433억원으로 2년 만에 50%가량 늘어났다. 원텍은 내수시장에서 검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 실적 중 중국 등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원텍이 생산하는 60여가지 의료기기 중 가장 주력하는 제품은 ‘피코케어’다. 피코(Pico)초 레이저 의료기기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이 제품은 1조 분의 1초인 피코초 단위로 레이저를 피부에 투과한다. 나노(Nano)초 장비보다 1000분의 1초 더 미세하게 레이저를 다루면서, 피부 자극을 줄이면서도 색소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지만 2016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200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피부과용 레이저 치료기기인 ‘피코케어’(왼쪽)와 탈모치료기기인 ‘헤어빔’. (사진=원텍)
원텍은 피부과 등 병의원용 제품에 이어 최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탈모치료기기인 ‘헤어빔’이다. 헬멧모양인 헤어빔은 저출력 레이저를 머리에 쏴 모근을 자극한다. 모근 속 혈류량이 증가해 머리를 자라나게 하는 구조다. 유 실장은 “탈모개선으로는 국내 최초 의료기기 허가까지 받은 제품”이라며 “홈쇼핑을 중심으로 연매출 150억원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원텍 대전 본사는 5개층에 총 3824㎡ 규모다. 직원 170여명 중 110여명이 여기에 상주한다. 나머지 60여명은 경기 성남시 판교 사무소에서 영업·마케팅을 담당한다. 유 실장은 “최근 레이저 의료기기 수요가 늘면서 사무 공간을 제외한 모든 층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헤어빔은 본사 인근에 별도로 공장을 마련해 만들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헤어빔을 제외한 제품은 철저하게 주문생산방식이다. 외주를 맡긴 각 부품들이 대전 본사로 모여들고, 이후 연구인력들이 직접 조립을 하는 형태다. 연구와 함께 생산까지 담당하는 직원들은 전체 인력의 30%에 달한다. 이들 인력이 제품을 완성하는 데 하나당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린다.

공장 안에서 몸체 조립이 끝난 의료기기에 조금 더 가까이 가봤다. 직원이 연신 계측용 모니터를 보며 나사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었다. 유 실장은 “전기전원 제어장치인 ‘공진기’가 레이저를 쏘면 각 단자(콤포넌트)를 통해 일직선으로 빛이 나가게 해야한다”며 “단자의 조임이 조금만 달라져도 빛의 방향이 달라지므로 작업을 매우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한영 연구기획실장이 레이저 원리를 설명 중이다. (사진=박경훈 기자)
유 실장을 따라 본사를 나와 인근에 위치한 헤어빔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헤어빔은 다른 레이저 의료기기와 달리 10여명의 주부사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그는 “탈모개선이라는 명칭을 달고 실제 검증까지 마쳤다”며 “다만 모발 컨디션에 따라 효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텍은 올해 매출액 700억원 달성과 함께 불량률 최소화, 연구인력 확충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유 실장은 특히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레이저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대학 전공이 없을뿐더러 지방에 위치해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미래가 유망한 기업이니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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