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완수(57·사진)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한 달에 한 번씩 택시기사로 변신한다. 택시기사의 애로와 업계의 고충을 이해해야 승객들과 택시업계가 윈-윈하는 택시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벌써 2년째다.
지난 2015년 1월 택시물류과장으로 발령받은 양 과장은 곧바로 택시 면허를 취득에 도전했다. 필기시험과 정밀검사 등을 통해 그해 7월 택시면허를 취득하고 8월에 교육도 마쳤다. 겸직금지조항이 걸림돌이었지만 ‘관련업무 담당자가 행정개선을 위해 현장체험을 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덕에 택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2015년 9월부터 한달에 하루는 택시를 몰고 서울 시내를 달린다. 택시를 몰아 번 돈은 택시회사에 전액 귀속한다. 벌이가 아닌 체험을 위한 택시운전이어서다.
양 과장은 “택시를 몰면서 승객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택시기사들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다”며 “실제로 택시 관련 민원의 80~90%는 기사들의 승차거부나 바가지요금과 같은 기사들의 횡포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쪽(?)이지만 택시기사 답게 기사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양 과장은 “택시기사들이 야간에 승차거부를 하는 것은 취객에 의한 피해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야간에 택시를 몰다 취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그는 “취객이 무작정 난동을 부리는 탓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며 “해당 승객은 경찰에 신고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안전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관련부처와 해당사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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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납금 제도는 하루에 벌어들인 금액 중 일부를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 금액이 택시기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사납금을 못맞추면 택시기사의 사비로 사납금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는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이 제도를 활용하는 곳은 전무하다.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안정적이지만 수입이 줄어들 수 있어 택시기사들도 사납금 제도를 더 선호한다.
이처럼 현장을 누비다보니 택시기사들의 고충도 더욱 많이 알게 됐다. 택시기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운행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는 이에 따라 택시 안에 장착한 카드결제기 화면에 주변의 공중·개방화장실 검색이 가능토록 했다. 또 LPG(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하는 택시가 일반 주유소의 화장실만 이용할 때 눈치보는 것을 줄이기 위해 시내 주유소의 화장실 용품을 지원, 택시기사들의 화장실 이용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양 과장은 정년까지 2년이 남았다. “현장에 나가 직접 몸으로 겪고 주변 택시기사들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퇴직 때까지 승객과 택시기사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