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고리 1호기 해체는 원전기술 국산화 위한 다시 못올 기회"

박진환 기자I 2017.07.05 06:00:00

독자적 원전해체 기술 미확보시 선진국 기술 종속 불가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계기로 국내 연구개발 본격화
핵심기술 38개 중 27개 기술개발 완료…국산화율 80%대
안전성 및 검증된 기술만 선호시 무분별한 기술수입 우려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40년 동안 한국을 원자력 강국으로 만든 1등 공신인 고리원전 1호기가 지난달 18일 자정을 기해 가동을 중단했다. 1986년 4월 옛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도 굳건했던 원자력 발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대전환을 맞게 된다. 특히 그간 원자력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최소 비용에 최대 효과’라는 점에 주력했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다. 한국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원전 12기가 순차적으로 멈출 예정이다. 원전 해체 시대를 맞아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R&D의 패러다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만난 이종환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고리1호기의 해체를 계기로 관련 기술의 완벽한 국산화를 위한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80%까지 도달한 관련 기술의 국산화율을 2021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연구원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그간 해외에서 개발된 해체 기술보다 더 진일보한 기술개발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독자적인 원전 해체 기술 미확보시, 선진국의 기술 종속 불가피

원자력시설의 해체는 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처리해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일체의 기술·관리적 활동을 말한다. 모든 노후 원자력시설의 해체는 원자력에너지의 지속적 사용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이 원전의 단계적 포기 정책을 선언하는 등 원자력 정책의 변화와 함께 세계적으로 원자력시설 해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증가하고 있으며 해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원전 해체의 체계는 영구정지(Shutdown) 후 △해체준비 △제염(오염제거) △절단·철거 △폐기물 처리 및 환경복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약 20년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비용은 국가별 해체 정책과 원자로 노형, 오염상태 등에 따라 결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161기의 원전이 영구정지됐으며, 이 중 19기의 원전(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이 해체 완료됐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원전 해체에 따른 비용도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원전 해체는 원자력에너지 이용에 따른 비용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향후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의 안전성 및 경제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부장은 “독자적인 원전 해체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자력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에 따른 국가경제의 심각한 손실과 함께 확대일로에 있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의 진출이 어려워 국가적으로도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원전 해체와 관련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조직 설립 시급

한국은 1997년부터 원자력연구시설(연구로 및 우라늄변환시설)의 해체 사업을 통해 저방사능 원자력시설의 해체 경험을 확보했으며, 소규모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해체에 대한 기본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해체를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됐다. 2012년 원자력진흥위원회는 10년 동안 해외 선진국의 80% 정도에 머물고 있는 원전 해체 핵심기술을 100%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중장기 종합계획으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계획은 현재까지 차질 없이 진행됐고, 현재 해체 기술은 선진국 대비 80% 정도로 향상됐다. 해체 핵심기술 38개 중 모두 27개 기술에 대한 국산화를 완료했고, 해체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내 산업계와 공동으로 협업을 추진 중이다.

김선병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기술개발 선임연구원은 “2012년 당시 한국의 원전 해체기술은 평균 70%대에 불과했고, 그간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해 80%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2021년까지 원전 해체와 관련된 기술의 100% 국산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1호기의 해체와 관련 안전성과 속도를 강조하다 보면 순수 우리 기술이 아닌 외국 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안전성과 함께 검증된 기술만 선호할 경우 고리1호기 해체를 우리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 위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 뒤 “원자력 해체를 주관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조직 설립이 시급하며, 이는 경제적 차원보다는 국가의 중장기 중요 프로젝트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원전 해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종환 선임연구원도 “원전 해체와 관련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을 실증하고, 현장에 적용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기술보다 더 안전하고 폐기물양도 적은 진일보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환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사진 오른쪽)이 몰입형 원자력시설 해체 시뮬레이션 스튜디오를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