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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年 1.3조 추가비용”..安 “4기 전환”
17일 문재인·안철수 대선캠프에 따르면, 문 후보는 △임기 내에 석탄화력 발전량을 30% 감축하고 LNG로 전환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 9기 원점 재검토, 안 후보는 △당진 에코파워 등 미착공 석탄화력 4기를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미세먼지 대책에 포함시켰다. 신규 석탄화력 재검토, 노후 석탄화력 폐쇄 등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석탄화력 감축 정책도 공약에 반영됐다.
석탄화력 감축 공약만 놓고 보면 문 후보의 미세먼지 대책이 안 후보보다 강도가 세다. 안 후보는 석탄화력의 발전량을 얼마나 감축할지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재검토 석탄화력은 4기로 제한했다. 안 후보 측 오정례 전문위원은 “안정적인 에너지 운영을 우선 감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문 후보의 대책은 강도가 센 만큼 전기료 인상 리스크가 크다. 문 후보 측 김기식 정책특보는 “석탄 발전을 30% 감축해 LNG로 대체하면 연간 1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 단가를 놓고 계산해 보면 비용추산 결과와 일치한다. 전력거래소의 ‘2016년 연간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거래량에서 석탄 발전량은 2066억kWh였다. 이 석탄 발전량의 30%는 620억kWh다. 전력거래소 추산 지난해 평균 거래단가는 석탄이 약 78원/kWh, LNG가 약 100원/kWh였다. LNG가 22원/kWh 더 비싼 셈이다. 따라서 석탄 발전량 30%를 감축해 LNG로 대체할 경우 산술적으로 연간 1조3640억(620억kWh*22원/kWh)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작년 누진제 1조 인하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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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택용 전기료가 이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전기료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기획재정부(유일호), 산업부(주형환) 장관이 물가 여파를 고려해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해 부족분을 채울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 석탄화력 발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김기식 정책특보(더미래연구소장)는 더미래연구소 정책발표에서 “정부가 값싼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석탄, 원자력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원만을 고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LNG 발전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관련 세제의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정책특보는 이달 13일 브리핑에서는 “전기요금에 손 대지 않고도 한전의 영업이익 12조원(작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이 비용을 부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LNG로 전환하거나 폐지될 수 있는 석탄화력 중에는 민자 발전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석탄화력 9기 중 8기, 안 후보가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석탄화력 4기 모두 민자 발전소다. 이들 민자 발전소에 한전이 돈을 투입하면 ‘혈세 지원’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전 부담 Vs 소송전 Vs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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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공약대로 4~9기를 폐지하고 보상해줄 경우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된다. 이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근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추가 지원금(2조9000억원)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차기정부가 출범한 뒤 정부와 업계 간 불협화음만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양 후보가 솔직하게 전기료 부담을 밝히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석탄화력 퇴출 여부는 조선·석유화학 구조조정처럼 산업구조 개편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해 법정으로 갈 게 아니라 재원 마련 방식을 넣고 사회적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