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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송금시장 열린다]⑤서일석 모인 대표 "승부 걸어볼만한 시장"

권소현 기자I 2017.04.09 07:00:02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결국은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싸고 간편하고 편하고 투명한가가 관건입니다. 해외송금 시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인’의 서일석(34·사진) 대표는 오는 7월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고 시장이 열리면 핀테크 업체가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해외 송금을 독점했던 은행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온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비용까지 있었던 반면 핀테크 업체는 낮은 수수료와 투명한 비용구조 공개로 금융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 대표는 “사실 송금 수수료도 비쌌지만 백만원, 천만원 단위로 보내면서도 보내는 통화와 받는 통화가 다르니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수수료를 내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은행이 사실 소비자에게 돈을 많이 안 떼는 것 같아도 환율 차이 등을 통해 실제 많이 떼어갔다”고 지적했다.

송금 체계의 불합리성은 서 대표가 창업에 나선 계기가 됐다. 10년 전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국에서 생활비를 받을 때마다 수수료는 이렇게 비싼데 송금했다는 돈을 받으려면 며칠, 심지어 몇주씩이나 걸릴까 불만이 많았다.

서 대표는 “언제 입금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매번 통장을 찍어봐야 했다”며 “그때에는 은행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10년이 지난 후에도 해외 송금 과정은 여전히 예전 방식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서울 과학고, 카이스트 전산과, 미 카네기멜론대 석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 퓨처플레이 투자총괄, 옐로금융그룹 최고전략담당자(CSO) 등을 역임한 그는 디지털 해외 송금 업체인 모인을 만들면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80% 낮췄고 송금하면 ‘딩동’ 하고 도착할 수 있게 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은행에서 해외 송금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혁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서 대표는 “결국 기존 금융서비스와 다른 것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사용자 편의성에 승부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송금시장이 막 걸음마를 뗀 단계에 있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이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송금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 대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이들이 주춤하긴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까지 더하면 해외 송금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해 쓰는 돈이 대략 1조5000억원, 일본 유학생 소비규모가 4000억원이다. 특히 중국 시장은 연 1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기유학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더 크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이번 외국환거래법 개정은 상당히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20년가량 막혀있던 외국환거래법이 풀렸으니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문턱이 높고 한도가 연 2만달러에 그쳤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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