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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다던 제약사들, 정작 핵심사업은 부진..왜?

천승현 기자I 2016.02.01 07:00:00

2015년 전체 원외처방실적 전년비 0.7%↓
상위 20곳 중 13곳 감소세..먹거리 부재·영업 규제 여파
해외사업·의료기기 등 사업 다각화로 처방약 부진 만회
차별화 기술 보유 일부 중소업체 두각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외 주요 제약사들의 처방 의약품 실적이 줄고 있다. 신약 개발부진과 영업 규제강화 등의 악재로 제약사들이 주력 사업영역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약업계가 전체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의료기기·화장품 사업 강화 등 신규사업 확대와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 강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처방의약품 시장에서는 일부 중소·중견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복제약(제네릭) 시장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달 31일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원외 처방실적은 9조7873억원으로 전년대비 0.7% 감소했다. 원외처방실적은 병원을 방문한 외래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의 매출을 말한다. 의약품 매출 중 입원환자 처방과 일반의약품 판매금액을 제외한 실적으로 제약사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영역이다.

연도별 국내 시장 원외 처방실적 규모(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한국화이자제약이 3931억원의 처방실적으로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국내 업체 중에는 종근당(185750)이 가장 많은 3794억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전반적으로 상위 제약사들이 처방 의약품 시장에서 동반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상위 20개 업체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총 4조7765억원으로 2014년 4조9321억원보다 3.2% 줄었다. 2013년에 비해서도 3.4% 감소했다.

상위 20개 업체 중 13개 업체가 전년대비 처방실적 감소세를 나타냈다. 동아에스티(170900)가 2704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줄었고 한독(002390), 대웅제약(069620), CJ헬스케어 등의 하락폭이 컸다.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BMS 등 다국적제약사도 처방실적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확산 등으로 처방의약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약사들의 처방약 시장부진은 뜻밖이다. 제약사들이 시장 판도를 주도할만한 대형 신제품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불법 리베이트 규제로 영업환경이 위축되면서 처방실적도 동반 침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1억원 이상 리베이트가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을 중단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시행했고 최근 첫 사례로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간판 제품인 위염치료제 ‘스티렌’이 특허만료로 제네릭 제품들의 견제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구원투수’의 등장이 절실한 처지다. 천연물신약 ‘모티리톤’이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웅제약은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로 상승세를 유지해 왔지만 자체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 2014년 내놓은 개량신약 ‘올로스타’만이 매출 100억원 가량을 올리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초대형 수출 성과를 낸 한미약품 역시 내수 시장에서는 주력 제품들의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제약사들은 처방의약품 시장 부진을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도전을 통해 극복하는 분위기다. 동아에스티는 처방 매출이 급감했지만 해외 수출, 의료기기 사업 등의 성장으로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7% 늘었다.

일동제약(000230)은 비만약 ‘벨빅’과 간판 일반의약품 ‘아로나민’ 등의 선전으로 처방약 시장의 부진에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대비 17.7%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내수 처방 의약품 시장은 주춤하고 있지만 신약 수출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최근 들어 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도 처방의약품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처방의약품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업체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삼진제약은 1579억원의 처방 실적으로 2년 연속 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원제약(003220)은 자체개발 개량신약 등의 선전으로 7.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년새 처방 매출이 26.2% 증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033270)(7.6%), 명문제약(13.1%), 휴텍스제약(28.3%), 대웅바이오(30.1%), 이연제약(17.1%)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상위제약사들의 부진을 무색하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제약사들의 영업력과 처방의약품 시장의 성장세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정부의 규제 확대로 과거처럼 영업력으로만 성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영업력이 부족한 업체라도 차별화된 제제 기술로 한 발 빨리 시장에 진입하거나 적극적인 특허도전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는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체별 원외 처방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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