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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의 미식로드] 엉클어진 당면 사이 달착치큰한 닭조각이 '쏙속'

강경록 기자I 2019.06.14 06:00:00

넓직한 접시 가득 넘치는 인심 '안동찜닭'

안동 하회마을 앞 목석원 안동찜닭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안동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다. 안동의 역사와 전통은 많은 음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안동헛제삿밥’은 제사가 없는 날에도 제사 음식처럼 차려 먹은 데서 유래했다. ‘재사 보다 젯밥’ 때문에 탄생한 음식인 셈이다. ‘안동식혜’는 헛제삿밥의 디저트로 제격이다. 출향인들이 겨울이면 살얼음이 살짝 낀 안동식혜를 떠먹던 맛을 잊지 못해 ‘병이 날 정도’로 안동 사람에게는 ‘고향의 맛’이다. ‘안동소주’ 또한 서민과 애환을 같이해왔다.

안동찜닭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에서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안동찜닭의 유래에 관한 설은 다양핫다. 조선시대 안동의 부촌인 안(安)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먹던 닭찜을 바깥 동네 사람들이 ‘안동네찜닭’이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1980년대 중반 안동 구시장 닭 골목에서 단골손님들이 닭볶음탕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재료가 더해져 지금의 ‘안동찜닭’으로 변모했다는 설이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점의 확장에 위기를 느낀 안동 구시장 닭 골목의 상인들이 그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맛을 찾던 중 생긴 퓨전요리가 ‘안동찜닭’이라는 것이다.

안동찜닭의 가장 큰 특징은 너른 접시에 넉넉하게 음식이 나온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의 ‘안동찜닭’보다 당면이 많아 마치 당면비빔국수를 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축축하게 엉클어진 머리카락처럼 꼬여 있는 면을 한 가닥씩 풀면서 그 사이에 박힌 감자와 닭조각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지금은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안동찜닭이지만 그래도 안동에서 제대로 맛보려면 안동구시장을 찾아야 한다. 안동구시장 서문으로 들어서면 중앙·유진·매일·우정·현대찜닭 등 수십개의 찜닭 전문점들이 펼쳐진다. 안동찜닭과 안동조림닭, 그리고 튀긴 통닭 등을 맛볼 수 있다. 안동조림닭은 안동찜닭에서 당면을 뺀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안동찜닭. 먹기 좋은 크기로 뼈째 잘라낸 닭고기를 미리 익혀두었다가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한 소스에 각종 야채와 닭을 넣고 조리다가 당면을 더해 완성한다. 푸짐한 양은 서너 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안동 하회마을 앞 목석원 안동찜닭
안동 하회마을 앞 목석원 안동찜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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