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도입을 촉구했다. 음식·숙박업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이 큰 취약업종에는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업종별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현행 단일 최저임금제가 가뜩이나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존폐의 기로로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취약업종의 상황은 절박하다. 지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업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5만 9000명이나 줄었다. 음식·숙박업은 4만 3000명 감소했다. 아파트 경비원 등 취약계층 일자리도 10만개 이상 줄었다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취약업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격하게 올라 문을 닫거나 직원 수를 줄인 곳이 많아진 때문일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 비춰보아도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을 지닌다. 일본은 철강업 871엔, 일반소매업 792엔 등 업종별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 도쿄는 958엔, 오키나와 737엔 등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미국도 시애틀은 15달러지만 조지아주는 5.15달러로 역시 차등화 돼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연령별로도 다르다고 한다. 최저임금 적용에 업종별 지불능력, 생산성, 물가 등 지역별 생활여건을 두루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차등 적용이 업종별 임금 격차를 줄이자는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노동계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사업별 여건이 다르고 지역별 생활물가에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단일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경남 거제시가 지난달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최저임금위에 ‘업종·단계별 차등 적용’을 건의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제 열린 최저임금위에서 노사는 각각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했다. 올해 급격한 인상으로 저임금 일자리 감소 등 후유증이 크다. 더구나 경기침체 국면에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양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최저임금 인상도 의미가 퇴색하는 만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에 있어서도 전향적 합의를 이뤄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