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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17>`투기로만 볼 순 없다`, 가격 결정요인들

이정훈 기자I 2018.03.03 07:25:53

제한된 공급량에 수요 증가…수급發 가격 상승 편향성
활용도·평판·거래소상장·배당·규제 등도 주요 변수로
기축통화 대체, 안전자산 인식도 …투기로만 보기 어려워

암호화폐 가격은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오르 내리게 된다. 기본적인 수급뿐만 아니라 언론과 트위터 등 매체 영향력과 해당 코인의 주요 이벤트, 시가총액, 산업영역에서의 채택 여부 등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암호화폐를 보유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살펴 보았습니다. 채굴을 해서 직접 얻어 내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받거나 직접 구매하지 못한 경우 거래소라는 제3자(third party)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거래소에 자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이렇다보니 암호화폐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현재 각 암호화폐의 가격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앞으로 그 가격이 오를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모든 가격이 다 그렇지만 암호화폐 역시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변수에 의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게 되구요,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게 됩니다. 비트코인만 놓고 봐도 그 활용도가 점차 늘어나고 수요처가 많아지는 반면 채굴량은 최대 2100만개로 제한돼 있으니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큰 게 사실입니다. 비단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암호화폐 역시 공급량 또는 시장내 유통물량이 제한돼 있어 가격 상승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금(金)을 비롯한 귀금속이나 희소금속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이와 맞물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나 블록체인상에서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풀어야할 수학문제의 난이도도 공급측면에 영향을 미쳐 가격 등락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해당 암호화폐가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쓰이느냐, 그리고 그 화폐가 얼마나 사용이나 저장하기 쉬운지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발행되는 상당수 알트코인은 그 발행주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해당 코인이 얼마나 활용될 수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플이 발행한 리플코인(XRP)이라면 리플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실행되는 국가간 송금거래에 이 코인이 얼마나 쓰이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또 이더리움의 경우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플랫폼이 어디에 활용되느냐가 의미있는 가격 변수일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아직까지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다보니 대중들의 평판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자금세탁이나 세금 회폐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 등이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거래소 해킹으로 미덥지 않다는 평판이 나오는 것도 가격에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이와 관련, 미디어 역할도 중요합니다. 언론 기사에 따른 가격이 등락을 보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아울러 투자 판단을 할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이나 루머 등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특히 이는 최근 들어 트위터를 활용한 각종 스캠(=사기행위)이 넘쳐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래소에 특정 암호화폐가 거래를 시작하거나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일도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상장(기업공개·IPO)과 상장폐지에 해당되는 개념인데요, 유력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코인은 가격이 뛰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코인 거래가 시작돼 가격이 뛰면 다른 코인들의 가격도 덩달아 뛸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하드 포크(hard fork)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드 포크로 새로운 암호화폐가 만들어지면 기존 체인 참여자들에게 ‘코인 배당’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데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하드 포크 이후 기존 코인에 대한 수요가 어떨지, 새롭게 갈라져 나온 새 코인 수요는 어떨지를 사전에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우려해 단기적으로는 코인 가격이 하락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비트코인 가격도 알트코인에게는 하나의 가격 변수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자체가 암호화폐의 대표격이 되다보니 일종의 기축통화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알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다른 알트코인도 따라 오르기도 하구요, 상황에 따라선 일종의 롱숏(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하락을 점치는 자산을 매도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 개념으로, 비트코인을 팔면서 알트코인을 사거나 그 반대로 트레이딩하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끝으로 올 1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가격 하락기를 촉발시킨 정부 규제도 큰 변수입니다. 특정 국가가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를 폐쇄한다든지,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과세를 강화할 경우 투자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암호화폐를 움직이는 변수들이 많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축통화의 대체재 또는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향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달러화 가치가 흔들리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겪거나 금융위기가 생길 때 그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무조건적으로 폄하한다든지, 그 가치가 결국엔 제로(0)로 사라져 버릴 것이라며 비관한다든지 하는 건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투자자가 더 늘어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면 가격도 서서히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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