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코노칼럼]공정인사 지침 vs 쉬운 해고 지침에 대한 단상

권소현 기자I 2016.04.20 06:00:00
[구건서 노무법인 더휴먼 회장]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제11조). 그런데 인간은 과연 돈앞에 평등한가. 민주주의는 1인 1표와 다수결이라는 인간의 평등을 내세운다. 반면 자본주의는 1원 1표와 다수결이라는 자본의 평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自由)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헌법 제119조).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는 ‘자본(資本)민주주의’로 운영된다. 또한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지만 조직에서는 성과를 잘 내는 핵심인재가 있는 반면 품값을 못하는 저성과자도 있다. 기업은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인재는 임금이나 승진에서 우대하는 ‘당근’을 제공하고 저성과자는 징계와 해고라는 ‘채찍’을 사용하려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 등 징벌을 하지 못한다는 해고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저성과자는 징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상 약속된 직무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거나 약속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계약을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23조로 규율하기가 어렵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이렇게 계약을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사용자가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직무능력과 성과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인사지침’이 발표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같은 지침이 ‘9.15 노사정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사용자가 근로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쉬운 해고’로 이름붙이고 지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정인사지침’이라고 발표했는데 노동계는 ‘쉬운 해고’로 읽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지침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근로감독관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이러한 지침을 기준으로 감독하고 판정하면 현장에서는 법률과 비슷한 파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정인사지침이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인 지 살펴보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무능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근무실적이나 성과가 조금 부진한 것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헌법 제32조의 근로권과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제한에 따라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런데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근무실적이나 성과가 현저히 부진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기업이 ①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근거로 ②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평가절차를 거쳐 ③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 기회를 제공했지만 ④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이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지침’이다.

다시 자본민주주의를 돌아가 보자. 소비자는 제품 가치가 가격보다 크다고 느낄 때 물건을 구입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동이라는 서비스가 임금이라는 보상보다 크다고 느낄 때 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다. 근로자는 적어도 임금 가치보다는 더 많은 성과나 부가가치를 내야 일자리가 보장된다. 다만 사람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의 직무능력과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사관리에 투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저성과자라 하더라도 교육훈련과 배치전환을 통해 해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