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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여성·비정규직 대화 테이블 동참"

이지현 기자I 2014.12.16 07:00:00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에서 박근혜정부 노사정위원장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19일 노사정 대화로 합의안 도출 기대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노사정위원회의 참여 주체와 논의 의제 확대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국회에 상정된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른 시일 내에 여성과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등을 노사정 대화에 참여시킬 계획입니다.”

서울 세종로청사에서 만난 김대환(65)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의 노사정 대화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온 사회적 대타협기구로서의 역할을 강화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노사정위법)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노사정위 식물기구 오명 벗고 진화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대욱 기자)
그동안 중소기업계나 소상공인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려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해야만 했다. 노동계의 비정규직도 대표성을 가지려면 노총을 통해 들어와야 했다. 현행 노사정위법에서 이들은 독자적인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위는 민주노총의 참여 거부와 소외계층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대표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또 노사정 각 주체가 각자 협상 테이블을 운영하는 등 개별 행동을 취하면서 협상력과 실행력을 상실한 ‘식물기구’라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지난해 6월 11대 노사정위원장으로 취임한 김대환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노사정의 참여 주체와 논의 의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분들(여성·소상공인·중소기업인 등)을 협의 과정에 합류시켜 사회적 협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제·사회·복지·금융 등 모든 것을 다루려 한다”며 “이것이 ‘협치(協治)’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위의 변화는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간부 및 노무현 정부 노동부 장관(2004~2006년) 등을 지낸 김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이론적 배경 지식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사정 대화를 이끌다보니 탁상공론에 그쳤던 정책들이 논의 테이블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사실 그가 노사정위원장으로 선임됐을 때만해도 귀를 의심한 인물들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인사를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서다. 이 같은 반응에 그는 껄껄 웃으며 “나도 놀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위원장 자리를 제의받고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참여정부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었지만, 정권 차원에서 사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노동사회를 어떻게 하면 선진화시키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거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노동부 장관의 큰 업무는 대기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현장에 내려가 극적으로 노사간 타결을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업 현장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극적 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미봉책이 많았다”며 “사용자의 팔을 비틀어서 노조에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에 집중된 행정력을 고용 분야 쪽으로 이전시킨 그는 고용노동 서비스분야의 개혁을 단행했다. 특히 기능 유연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것이 폴리텍대학의 출범이다. 그는 “직업전문학교와 기능대학을 통폐합하는 데 반발이 거셌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수술대 위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대욱 기자)
장관에서 물러나 7년 만에 노사정위원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없애지 않고서는 경제사회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 재정으로 문제를 푸는 건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근본부터 접근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는 지난 9월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4차례의 전체회의와 7차례의 전문가그룹 회의 등을 통해 3대 노동 현안(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정년 연장)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 안전망 문제 등을 우선 논의 의제로 확정했다. 오는 19일 5차 회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원칙과 방향이 어느 정도 합의된다면 (의제들을) 서로 결합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담대하고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섬세하게 접근해야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연공급(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와 연계된 성과급제로 바꾸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3대 노동 현안은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대 현안 등 고용·노동 이슈들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일괄 타결) 방식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그동안 노동현장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아 현장의 혼란과 분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개별 이슈 파이팅 방식으로는 해결의 가닥을 잡기는커녕 사회 갈등만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무 난이도에 따라 연공급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임금 쪽도 업종별로 직무급 모델을 만들어 몇몇 기업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은 미봉책”

요즘 많은 이들이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되더라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 때문이다. 이날도 그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바로잡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도록 하려고 만든 법”이라며 “노측이든 사측이든 그 취지에 맞게 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양쪽 모두 편법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고 정부도 그 취지에 맞게끔 운영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 유연화 발언으로 촉발된 정규직의 해고 요건 완화 논란에 대해 그는 “해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있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며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해고되면 바로 생계가 막막해지는 게 현실이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건 마지막 순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격한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는 유연화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취약부문에 대해선 지원과 보호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두가 이 부분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앞으로 노사정 주체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름 밥값은 한 게 아닐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IMF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던 1998년 1월 15일 출범했다. 노사정과 전문가 등이 참여해 노동정책은 물론 관련된 산업·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을 도출해 내는 등 재계와 노동계간의 대화 창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MB정부 당시 정부의 노동계 탄압을 이유로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한국노총이 대화 재개를 선언하는 등 사회적 대화 창구로서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194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노동부 장관, 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재벌개혁론과 민주적시장경제, 한국노사관계의진단과처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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