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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0.9%→2.87%→1.5%'…정치논리 따라 춤추는 최저임금

김소연 기자I 2020.07.15 00:00:00

문재인 정부, 4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 7.7%
7~8% 내외서 나눠 올랐다면 부작용 줄였을 것
"현실성 부족 1만원 공약…정책 관리 실패"

[이데일리 김소연 한광범 기자] 16.4%→10.9%→2.87%→1.5%.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아후 2년간 두자릿수였던 최저임금 인상률이 뚝 떨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들이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속도조절에 나선 탓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역대 3번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치자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가장 낮은 1.5%로 정했다.

최저임금 결정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와 여론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예전에 물건너 갔다. 최저임금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두자릿수 급등 후 역대 최저 인상률로 ‘뚝’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노·사·공익위원 9명씩 동수로 이뤄진다. 노사가 최저임금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 공익위원이 노사 어느 쪽에 손을 드느냐에 따라 결론이 바뀐다. 청와대에서 공익위원을 위촉하는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 이행을 강조했던 지난 2017년 최임위는 다음해(2018년) 최저임금을 무려 16.4%(7530원)으로 끌어올렸다. 2018년에는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을 10.9%(8350원)를 올렸다. 2017년에는 공익위원들이 근로자위원측 제시안에 찬성했고, 2018년에는 사용자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다.

반면 청와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지난해에는 공익위원이 사용자위원안에 표를 던져 인상폭을 2.87%로 뚝 떨어뜨렸다. 올해 역시 앞서 급격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이 노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익위원이 내놓은 단일안(1.5% 인상)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정해졌다.

권순원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속 기업의 대응 방식이 일자리를 상당히 위협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오르면서 (이것이) 노동시장의 일자리 감축으로, 노동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지난 3년간 30% 이상 올랐다”며 “누적된 충격이 많았다.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현실적으로 이미 경제나 고용에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최저임금, 정치 쟁점으로 비화…文 정책관리 실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약 7.7%다. 출범 이후 2년간 급격히 끌어올린 최저임금 부작용을 수습하느라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크게 낮춘 영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물러나기 전까지 4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4%였다. 2014년 적용 최저임금이 7.2% 인상한 후 △7.1%(2015년) △8.1%(2016년) △7.3%(2017년)로 7~8% 내외의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정해졌다.

두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비슷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문재인 정부 초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 폐업과 해고가 줄이었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급한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매년 수조원을 썼다. 들쑥날쑥 최저임금 인상률로 인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경영부담도 커졌다.

첫해부터 안정적으로 7~8% 내외에서 최저임금이 올랐다면 노동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최저임금 수준을 높여놓다보니 시장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며 “최저임금 인상 목적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개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해 우리 사회를 둘로 갈라놓았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명백한 정책 관리 실패”라고 꼬집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했다”며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현실에선 ‘을들의 전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 못했을 것”이라며 “선한 의도로 시행했지만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낳은 사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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