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켓인]볼트온 전략 구사하는 에이블씨엔씨…기대와 우려 교차

김무연 기자I 2019.05.21 05:20:00

에이블씨엔씨, 지난해 말부터 화장품 업체 3곳 인수
유관 업체 사들여 외형확장 꾀하는 볼트온 전략
M&A 효과 기대 vs 무리한 외형 확장 논란

미샤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명동에 오픈한 ‘메가 스토어’(사진=에이블씨엔씨)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 ‘미샤(MISSHA)’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078520)가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의 평이 엇갈리고 있다. 유관 업체를 인수해 외형 확장을 도모하는 것을 정도(正道)로 보고 있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인수합병(M&A)만 반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M&A 효과가 반영되는 오는 2분기 실적 흐름에 따라 에이블씨앤씨의 볼트온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3곳의 화장품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1월 ‘돼지코팩’으로 알려진 미팩토리의 지분 100%를 324억원에 인수한 뒤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1월에는 스틸라, 부르조아 등 해외 색조화장품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제아H&B의 지분 80%를 920억원에,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보유한 GM홀딩스 지분 72.2%를 469억원에 확보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공격적인 M&A 추진은 회사를 보유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에이블씨엔씨의 외형 확장을 위해 볼트온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볼트온 전략이란 PEF 운용사가 하나의 기업을 사들인 뒤 다른 연관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 전략이다. 한앤컴퍼니가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쌍용양회 등 시멘트 업체를 지속적으로 사들인 것이 그 예다.

IMM PE는 지난 2017년 에이블씨엔씨의 과반 지분을 확보한 이후 108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실탄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코자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선보이고 서울 명동에 ‘미샤 메가 스토어’를 여는 등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TR(Time Revolution)을 론칭하고 신제품 ‘아르테미시아 트리트먼트 에센스’, ‘보랏빛 압축크림’ 등을 출시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특히 1700억원의 자금을 들여 유관 업체 3곳을 잇달아 사들이는 볼트온 전략을 진행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3733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던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매출액 3455억원을 올린데 그쳤을 뿐 아니라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 1분기에도 23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해 전년 동기(12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증가했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를 두고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M&A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는 IMM PE로 경영진이 교체된 이후로 원브랜드샵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M&A를 진행하고 있다”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M&A를 통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IB업계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IMM 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을 때부터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며 “이미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공고해 브랜드 리뉴얼, 신제품 개발만으로는 체질 개선이 쉽지 않아 우선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