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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라운지]①김형號 출범…대우건설,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진다

권소현 기자I 2018.06.28 06:00:00

녹록지 않은 건설업 환경…리스크 관리에 방점
수주와 매출목표는 낮게 잡았지만 수익성 개선 추구
경쟁력 있는 주택부문 기반으로 양질의 해외사업 추진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후 혼돈의 시기를 보낸 대우건설이 신임 김형 사장 취임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건설 명가’로의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국내 주택경기 위축,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등 건설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올해 초 해외 사업장의 손실 발생과 인수·합병(M&A) 무산으로 회사의 명성과 신뢰에 타격을 입었지만 과거 1등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던 대우건설을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수주 눈높이 낮추되 수익성 끌어올리겠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김 사장은 지난 11일 취임사를 통해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수익성 개선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동안 공격적인 수주 확대를 통해 외적 성장에만 신경썼다면 이제는 내실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상당수 건설사가 매출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손실로 반영되면서 내상이 심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과거 해외 저가수주 경쟁으로 빚어진 손실은 수년에 걸쳐 털어내야 했다. 대우건설 역시 2016년 4분기에 해외사업 손실을 털어내는 빅배스(대규모 손실 반영)를 단행했고, 작년 4분기에는 모로코 사피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돌발 부실 3300억원을 반영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9조 3600억원으로 작년 수주액 10조 151억원보다 낮게 잡았다. 매출 목표치도 10조 5000억원으로 설정해 지난해 11조 7668억원에 비해 눈높이를 낮췄다. 대내외 건설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수주보다는 내실을 확충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공공시장의 일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외시장의 경우 작년부터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오랜 기간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산유국의 재정이 확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예전처럼 활발한 공사발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일단 올해 수주나 매출 목표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중에서 수익성 높은 국내 사업이 77%를 차지했고 수주잔고 30조 3744억원 중 83%가 국내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대우건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연결 기준 평균 6491억원이다. 전년 대비 51%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 역시 58% 증가한 408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지난해 대우건설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이미 대우건설이 작년부터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하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지만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요소는 없는지 다시 점검하겠다”며 “전사 차원에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필요하면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수익성 악화 요인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주택 명가…‘푸르지오’ 브랜드 경쟁력

김 사장이 이렇게 내실경영에 주력할 수 있는 이유는 대우건설의 기본 경쟁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주택부문이다. 대우건설은 오랜 사업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표 주택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선보인 이후 매년 1만가구 이상씩 공급했다. 지난 2015년에는 민간 건설사로는 최초로 4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대우건설이 지은 아파트만 총 31만가구에 달한다. 지난 2014년 프리미엄 브랜드로 ‘푸르지오 써밋’을 런칭해 최고급 주거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 이같이 주택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 원동력으로 시장 분석 능력과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꼽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도 총 2만 6734가구의 주택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실수요층이 풍부한 서울·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되 지방에서도 춘천 온의와 부산 화명 등 실수요가 확인된 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해외 프로젝트도 ‘선택과 집중’

해외 부문에서는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프로젝트 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의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우건설 발목을 잡았던 부실 사업장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플랜트와 알제리 RDPP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가 올해나 내년 초이면 모두 마무리된다. 이미 손실은 회계에 반영했다. 또 카타르 오비탈고속도로 사업과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 사업도 연내에 완료할 예정이다.

그 자리를 대신할 신규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인도 뭄바이 교량공사와 오만 두쿰 정유공장 공사 등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사장은 “이미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대우건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공종 위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공사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철저한 시장 분석과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수익성이 검증된 양질의 프로젝트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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