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제왕적 권한 견제장치가 개헌의 요체다

논설 위원I 2018.03.13 06:00:00
정부 주도로 마련되는 개헌안 초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한편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한다. 그동안 관습헌법에 의해 내려오던 수도 지정 문제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가 하면 지방자치권도 더욱 강화되는 수준에서 초안이 짜였다는 소식이다.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이러한 골격의 초안을 최종 확정하고 오늘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 하니 후속 진행 과정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껏 논란을 빚었던 제왕적 대통령 권한에 대해 근본적인 견제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 초안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것이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문제였고, 따라서 개헌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손대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안에 제시된 4년 연임제로는 오히려 대통령 권한이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견제장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권력의 전횡으로 인한 부작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헌법 전문의 역사적 사건 목록에서 지난해의 촛불혁명을 제외키로 한 것은 균형 잡힌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20∼30년 정도는 지나야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게 된다”는 국민헌법자문특위 정해구 위원장의 언급은 타당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 미친 역할이 지대한 것은 틀림없지만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상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

이 초안이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은 야권이 극력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를 제쳐놓고 청와대가 앞장서서 개헌을 주도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개헌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정부 움직임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야가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서부터 의견을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개헌이 늦춰진다면 다음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 발표

- [팩트체크]文개헌안 폐기라고?…"계속 본회의 계류상태" - 文개헌안, 본회의서 '투표 불성립'…與野, 또 네 탓 공방만 - 靑 “개헌 절호의 기회 놓쳤다…野 투표불참은 직무유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