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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계 소설 버리고 인문학 택했다

김성곤 기자I 2015.12.07 06:16:00

인문분야 판매량 작년보다 13.5% ↑
팍팍한 삶의 ''현실적 대안''에 눈길
''미움받을 용기'' 역대 최장기 40주간 1위에
소설분야 판매량은 16.4% ↓
포절 악재 여파로 국내작가 활동 위축

2015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자료=교보문고)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올해 독서시장의 승자는 ‘미움받을 용기’였다.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몰고 온 ‘미움받을 용기’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발표한 2015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인문분야 강세를 주도했다. 국내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도서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불황기 재테크 여파로 경제·경영서적( 6.7%)이 인기를 끌고, 구직자·취업준비생의 취업·수험서(5.2%)의 구매율도 높았다. 또 힐링 열풍에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면서 예술서적(4.6%) 판매율도 늘어났다.

◇독서시장 전반적 침체…독서인구 6.2%p 감소

올해 독서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였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기로 전세가 폭등,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가계의 도서구입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 특히 주요 독자층을 형성하던 청년들이 취업전쟁으로 내몰리면서 독서량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이는 통계청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독서인구비율은 56.2%로 2년 전보다 6.2%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인구와 독서량은 감소했다. 독서시장의 주력군은 20·30대 여성독자와 30·40대 남성독자였다. 20·30대 여성이 39.7%, 30·40대 남성은 19.4%로 양 성별에서 가장 큰 비율을 보였다. 모든 연령대가 교양서적을 가장 많이 본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20·30대 여성은 소설, 시·에세이, 예술 등의 분야에, 30·40 남성은 경제경영, 인문, 자기계발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문분야 약진 vs 소설분야 부진

올해 국내 독서시장의 특색은 인문분야의 강세와 소설분야의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2015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에 따르면 심리학, 철학 등 인문분야 주요 도서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13.5%포인트 상승한 반면 소설분야는 16.4%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인문분야의 판매점유율도 9.0%를 차지하면서 6.8%로 대폭 하락한 소설분야를 앞질렀다.

인문분야의 강세를 이끈 책은 ‘미움받을 용기’가 대표적이다. 예스24에 따르면 ‘미움받을 용기’는 올해 총 40주간 1위에 올랐다. 이는 과거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지키고 있던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인 39주를 넘어선 것이다. 다른 인문석적으로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유시민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신영복의 ‘담론’,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등도 사랑을 받았다.

반면 소설분야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스크린셀러의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장기불황으로 소설을 찾는 독자층이 감소했기 때문. 교보문고에 따르면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서 소설분야는 전년대비 7종이 감소한 20종으로 나타났다. 해외문학에선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여전히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소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김진명의 장편 ‘글자전쟁’과 ‘싸드’, 김숨의 ‘뿌리이야기’ 정도가 주목을 받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올해 유명 중견작가의 표절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한국문단의 권력과 폐쇄성이 독자의 불만을 샀다”며 “이같은 영향에 따라 작가의 출간활동이 위축하는 등 출판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조선영 예스24 도서팀장은 “올해는 ‘미움받을 용기’로 대표되는 인문학 서적이 강세를 보였다”면서 “국내소설의 부진은 주요 작가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사실 팔 만한 국내소설책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독자, 이야기보다 생존도구 찾았다”

전문가들은 삶이 팍팍해지면서 현실적 솔루션과 대안을 찾은 책들이 대세를 이뤘다고 진단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인문분야로 분류했지만 사실 올해 베스트셀러로 장기집권한 ‘미움받을 용기’는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라면서 “이야기책보다는 생존도구를 찾는 독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자기계발서, 재테크, 수험서 등 생존형 콘텐츠의 판매 점유율이 대폭 상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출판산업의 위축과 전반적인 위기구조, 여러 치부가 드러나는 가운데 출판계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한해였다”며 “퇴행적인 출판시장의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독자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맞춤형 콘텐츠와 판매경로 확장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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