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 대기업이 일본보다 잘나가는 건 오너십 덕분?

김현아 기자I 2012.08.15 10:26:17

오너 경영 장점 십분 활용 vs 재벌은 우리나라 특이한 현상
원가경쟁력 갖춘 수출 중심 이점도
매출액에서는 일본이 한수 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한국 대기업들의 매출신장률이 일본보다 2,7배나 높은 것은 재벌체제의 장점을 활용한 덕분일까.

한국 대표기업과 일본 대표기업의 매출성장률 비교(출처: CEO 스코어)
최근 기업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광복절을 맞아 포춘지가 선정한 연도별 세계 500대 기업 중 2005부터 2012년까지 7년간 한국과 일본내에서 각각 10대 기업 순위를 유지한 한국 6개 기업, 일본 7개 기업의 매출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 대기업의 매출성장률이 일본 대기업보다 2.7배나 높았다.

우리나라는 올해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공기업과 신규지정 기업을 뺀 43개 그룹이 재벌 경영을 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후 재벌이 해체되고 현재는 미쯔이 그룹, 미쓰비씨 그룹, 스미토모 그룹, 후지 그룹, 산와 그룹, 다이잇껜 그룹 등 6개 계열집단이 있을 뿐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논란 속에서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일 기업 올림픽에선 한국 대표기업들의 오너 경영이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체제는 적은 지분으로 오너 일가가 그룹 전체에 전횡을 행사할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하거나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는데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우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강제적으로 재벌들이 가진 주식을 채권으로 팔게 했다”면서 “이후 기업집단들이 다시 모여 연결고리를 갖는 계열집단을 이루거나 도요타나 혼다 등 지방 기업집단이 성장했지만, 상속 등을 통해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주근 CEO 스코어 대표는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대기업보다 잘 나가는 것을 재벌체제 때문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의사결정의 효율성이나 중장기적인 기업 전략 수립 등의 이점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체제보다는 ‘사업구조’로 이해해야 지적도

그러나 한국 대기업의 폭풍 성장을 재벌체제의 이점보다는 사업구조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벌체제는 보편적인 구조가 아닌 만큼, 이를 경쟁력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잘 나가는 것은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원가경쟁력과 첨단 기술력을 갖춘 수출 중심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덕분이라는 얘기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재벌은 일본은 없고, 미국 7개, 영국 12개, 독일 11개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위 43개 기업집단 모두 총수의 입김이 강력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에 대한 순환출자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해당 산업에 영향을 줘서 다른 중소기업이 죽거나 자원을 못 가져가게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주근 CEO 스코어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지만 매출은 도요타의 3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포춘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려면 인류에게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물 등 인프라 산업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