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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017년 이후 중국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를 반등의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쇄신과 체질 개선 없이 외형만 키우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일어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반한 감정 때문에 중국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얘기한다. 일견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정말 일부일 뿐이다.
외형적인 수치와 달리 현대차가 실질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하반기부터다. 중국 현지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현대차·기아의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더욱 생산 능력을 늘렸고 결국 2017년 사드문제가 터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이 싹 빠져나가면서 큰 위기가 왔고 지난해까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빠져나간 소비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이 현대차·기아를 탈 이유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차는 중국 시장에서 수입차로 분류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가 없다. 쉽게 말해 독일차나 일본차를 타면 폼이 나는데 한국차를 타면 폼이 안 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공장을 더 짓고 판매조직을 늘려봐야 장기적인 성장을 누릴 수 없다. 그런데 현대차는 그동안 그 길을 걸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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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일본차의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사태 때 대응이다. 당시 일본차는 중국 내에서 대대적인 일본차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판매가 반토막났지만 반년도 안돼 일정 부분 회복시켰고 지난해에는 중국 내 점유율을 23.6%까지 끌어올렸다. 이때 일본차가 내세운 정책이 대대적인 중국 전용모델 출시하는 동시에 가격을 인하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현대차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효율성 강화를 위해 최근 중국 내 공장 2곳을 정리한 선택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을 중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대차가 갖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자율주행 등 각종 첨단기술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알려야 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부각되는 전기차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단기 성과보다는 5년 이상 긴 호흡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