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데일리가 연초 이후 공시를 분석한 결과, 총 9곳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이 액면분할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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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액면분할은 주가가 10만원 미만인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도모하기 위해 택하는 경향이 짙었다. 실제 지난해 초 액면분할에 나섰던 상장사들 9곳 중 액면분할 전 주가가 10만원이 넘었던 상장사는 유한양행(당시 20만원대) 한 곳 뿐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상장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은 기업들이 많다. 올 들어 액면분할을 공시한 기업 9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곳의 주가가 10만원이 넘는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액면분할을 긍정적으로 본다. 물론 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을 쪼개 주가만 낮출 뿐이지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주가가 낮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예전보다 더 해당 주식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다. 특히 카카오와 같은 우량주의 경우 사고 싶어도 주가가 비싸서 망설였던 투자자가 많은데, 주가가 낮아지면 쉽게 주식을 사서 카카오가 올린 성과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성장에 대한 과실을 공유하기 위해 액면분할에 나서는 건 전세계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기업이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부를 공유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액면분할을 전후로 기업이 자신의 비전이나 투자위험을 투자자에게 보다 면밀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넷플릭스의 경우 주식을 분할하면서 주식 분할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주주의 지분변화는 있는지, 회사의 장기적 경영방향은 어떠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액면분할은 정관이 바뀌는 일로 주주와 회사 간에 계약을 변경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요하는 것”이라며 “물론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지만, 계약을 변경하는 데에 있어서 회사는 장밋빛 비전만 언론에 홍보할 게 아니라 투자위험 등을 모두 의안정보에 포함을 시켜서 주총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