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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악몽 벗어난 韓 분유업계, 수출 회복세

김유성 기자I 2019.07.18 05:30:00

2017년 中 수출 급감 악재 딛고 2018년 이후 수출액 증가
동남아시아 등 시장 개척 움직임도 활발 '회복 분위기 완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분유업계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7년 곤두박질쳤던 한국 분유 수출액이 지난해부터 회복했다. 한류열풍이 거센 동남아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분유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저 출산에 시름하는 분유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다.

단위 : 달러, 자료 :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매일유업은 최근 특수 분유(섭식장애 아동용 분유) 수출 허가를 중국정부로부터 받았다. 중국 수출용 특수 분유로 이번에 등록된 매일유업 제품은 2종이다. ‘무유당분유’와 ‘조산아분유’다. 이들 제품은 중국내 특수 분유 판매를 허용하는 ‘특수의학용도조제식품(FSMP)’ 인증을 통과했다.

FSMP는 2016년 7월 시작한 중국 식품안전인증이다. 올해부터는 모든 특수 분유 수출업체들은 이 인증을 받아야 중국에서 특수 분유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한 건 국내기업으로는 매일유업이 처음이다. 다른 해외 기업까지 포함하면 9개 기업만이 이 인증을 획득했다. 중국에 영·유아 분유(조제분유)를 수출하는 기업 수가 120여개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번 FSMP 등록 성공은 중국 정부가 자사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모두 인정한 결과로 큰 의미가 있다”며 “매일유업은 품질과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중국 특수 분유 푸얼지아.
업계에서는 2017년 이후 계속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완화된 덕분으로 해석했다. 한국 상품에 대한 차별적 제재가 거의 사라졌다는 뜻이다. 전체 분유 수출의 90%가 중국시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에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대(對)중국 분유(조제분유) 수출액은 3495만달러(약 412억원)로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년 전(2017년 상반기, 2743만달러) 대비 27.4% 증가했다. 2018년 상반기(3402만달러) 대비로는 2.7% 늘었다.

중국 수출이 제자리를 찾으며 전체 한국 분유 수출액도 늘고 있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7년 7772만달러였던 분유 수출액은 2018년 27.6% 증가했다. 아직은 2013년 수준(9100만달러)을 웃도는 정도지만 중국내 수요 증가와 동남아 시장 개척에 따라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역대 한국 분유 최대 수출 기록은 중국의 사드 보복 직전이던 2016년 1억2150만달러다.

중국 다음으로 우리 기업들이 분유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올해 상반기(1~6월) 누계 기준 대(對) 베트남 분유 수출액은 657만달러(약 77억원)로 전년 동기(505만달러)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수출액 증가율이 2.7%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다.

단위 : 달러, 자료 :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분유 수출 회복세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롯데푸드는 베트남 전용 분유 브랜드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뉴본’으로 2020년까지 매출 50억원을 올린다는 게 목표다.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진출을 보류했던 일동후디스는 올해부터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 분유 수출액 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0억원) 대비 90% 증가한 액수다.

롯데푸드의 베트남 판매 분유 브랜드 ‘뉴본’ 제품.
한편 중국 시장 내 한국 분유 기업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 분유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1%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달리 말하면 중국 시장만 놓고 봐도 분유수출사업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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