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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전체에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상태를 단결정이라고 한다. 반면 배향이 서로 다른 단결정들이 함께 구성되면 다결정 재료가 된다. 단결정 금속 포일은 다결정 금속 포일에 비해 표면 특성이 균일하고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장점이 있지만 제조비용이 비싸고 대면적 제작이 어렵다는 한계로 일부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무접촉 열처리’라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해 기존 대비 1000분의 1의 낮은 제조비용으로 최대 32㎠의 대면적 단결정 금속 포일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1.058) 온라인 판에 19일 3시(한국시각)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무접촉 열처리(contact-free annealing)’ 기술은 다결정 금속 포일을 공중에 매단 상태에서 수소 대기 하에 고온의 열을 가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단결정 금속 포일을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이다. 이 기술로 제조한 단결정 구리 포일은 원재료로 사용된 다결정 구리 포일에 비해 전기저항이 7% 가량 낮은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나타냈다. 단결정 구리 포일이란 알루미늄 포일처럼 얇게 편 구리를 말한다. 다결정 구리 포일의 가격은 1㎠ 당 38원 수준이지만 단결정 구리는 동일 면적에 18만 원 수준으로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제 1저자인 진성환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금속이 가열하는 데 있어 수소가 필요했지만 오직 백금만 수소가 필요치 않았다”며 “백금 같은 경우에는 아르곤분리기에서 열처리를 해도 단결정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결국 획기적으로 싼 가격에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진 금속 포일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고온 열처리와 수소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기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제작할 수 있어 상용화에 필요한 경제성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진 연구위원은 “고온 열처리와 수소 처리 비용이 발생하지만 여러 업체들과 기술이전 논의 과정에서 그 비용을 추계해 봤다”며 “제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애초에 다결정 금속 포일이 단결정 금속 포일에 비해 워낙 싸기에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기술은 한 업체와 기술 이전 직전까지 진행된 상태라는 게 IBS 측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무접촉 열처리 기술로 제작한 단결정 구리 포일 및 단결정 구리-니켈 합금 포일을 기판으로 사용해 다결정에 비해 전기적·열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단결정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제조비용을 대폭 절감해 단결정 금속의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단결정 그래핀 등 차세대 전자소재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이번 연구는 구리, 니켈, 코발트, 백금 등 다양한 금속들을 손쉽게 단결정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실리콘 단결정 성장 기술의 발견이 현재 반도체의 역사를 연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세상을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