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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BM 등 앞다퉈 SW기업으로 변모..韓, 인력난 여전"

김혜미 기자I 2018.04.13 05:55:00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 인터뷰
"100대 IT기업 중 절반이 SW..올해는 HW 넘어설 것"
"SI업체, 전문기업으로..양질의 SW 인력 양성 시급"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1990년대만 해도 100대 글로벌 IT기업 가운데 하드웨어(HW) 기업과 소프트웨어(SW) 기업 비중은 약 80대 20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0대 50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는 아마 소프트웨어 비중이 하드웨어를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에게 SW산업의 미래를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12일 서울 강남 비트컴퓨터 사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이젠 IT회사를 포함해 SW회사가 아닌 곳이 없다.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GE(제너럴 일렉트릭), IBM 같은 글로벌 기업 모두 SW 비중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벤처기업 1호’이자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1호’ 기업인 비트컴퓨터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기도 한 조 회장은 사실 그 자체로 한국 SW산업의 역사다. 지난 1988년 소프트웨어창립협회 창립총회 때부터 참여했고, 2013년 제 14대 회장에 오른 뒤 2015년 15대, 2017년 16대에 이르기까지 두 번의 회장직 연임 기록을 세웠다. 협회는 지난 7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조 회장이 취임한 뒤 한국SW협회는 외형적으로 많이 커졌다. 우선 37명이었던 협회 직원 수가 2017년 말에는 66명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고, 현재도 직원 채용 과정에 있다. 회원사도 창립 당시 63개 회원사에서 지난 4월3일 기준 9180개 기업으로 확대됐다. 사업규모는 5년 전보다 2.5배 더 커진 105억원대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국’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해외에선 애플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기업으로 부상하고, 맨손으로 성공한 기업인들이 모두 IT업계 출신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한번 낙관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 특히 양질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조 회장의 지적이다. 1990년대 말 IT버블이 꺼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고, 관련 인력들의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관련 학과들의 정원 미달사태가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의 인력난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의 경우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계 종사자는 각각 68%와 32%의 비중을 나타내는 데 비해 한국은 하드웨어 업계 종사자가 78.4%에 이른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은 연간 7만명 이상 증가하지만, 한국은 1만3000명에서 소폭 줄거나 늘어나는 일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회장은 “IT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2014년부터 서울 주요대학 인기학과로 부상했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오려면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단순 코딩이 아닌 양질의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 코딩교육과 관련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중학교 3년간 55시간, 고교 3년간 70시간의 정보 과목을 이수하도록 돼 있고, 중국은 중학교 3년간 70시간의 정보기술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고교 3년간 이과생 컴퓨터 과학을 450시간 필수 이수하도록 돼 있다.

반면 한국은 초등학교 5·6학년이 2년간 17시간, 중학교 1~3학년이 3년간 34시간을 채우면 되는데 이는 제대로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무조건 모두가 소프트웨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코딩을 배우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천재이기 때문에 코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코딩을 하기 때문에 천재가 된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은 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소프트웨어 업계가 더 성장하려면 국내 SI(시스템 통합) 기업들이 전문기업 또는 솔루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전문성을 가져야만 저가의 용역 수주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조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수익사업 확대는 물론 소프트웨어 회관 건설의 기틀을 잡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해 “장관이 기업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출신이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등을 지내 업계의 고충을 잘 알고 개선하고자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좋은 정책을 잘 실행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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