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변창흠 SH공사 사장 "민간자본 투입…서민 공공주택 늘리고 SH 부채 줄인다"

김기덕 기자I 2017.03.13 05:00:00

지자체 맞춤 사업모델 작동하려면 중앙에 집중된 권력 분권화 절실
시프트 등 임대공급 확대할수록 '착한 부채' 늘어나는 사업 구조
임대보증금, 부채기존서 제외를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전국 각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서민 주거 복지 강화와 도시 재생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와 합리적인 부채 비율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중앙정부가 임대주택 정책 결정 권한을 꽉 틀어쥐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게 일괄적인 규제의 잣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각 지자체에 맞는 맞춤형 사업 모델이 작동하려면 중앙에 집중된 권력의 분권화가 절실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집무실에서 만난 변창흠 (53·사진) 사장. 지난 2014년 11월 취임 후 2년 4개월여가 지나 연내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이지만 그는 오히려 취임 당시 보다 바쁘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공공임대주택 신규 사업 모델 개발을 위해 일주일에 수십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주거사업 정책에 따른 효과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매일 같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터라 직원들도 요즘 사무실에서 그를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변 사장은 이날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송파구 문정동 동남권 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상인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0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가든파이브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나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최근 자살을 시도한 상인의 가족을 만나 고충 민원을 듣기 위해서였다. 공공을 위한 도시재생 정책을 펼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한 사람의 민원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기 위해 직접 현장을 챙긴다는 그의 지론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변 사장은 SH공사 등 전국 각 도시개발공사가 공공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임대주택 관리를 넘어 주거 복지 개선과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와 함께 사업시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산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국내 면적 5% 공급…60만명 혜택

SH공사는 지난 1989년 서울시가 전액 출자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공공주택 건설, 임대주택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는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해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사회적으로 주거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공사는 설립 첫 해 200만호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수도권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주택 공급에 나섰다.

최근에도 SH공사는 서울 시내 마지막 개발지구인 마곡·항동·고덕강일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이 결과 SH공사는 서울시 주거 면적의 5%에 이르는 17.8㎢ 규모의 택지를 개발·공급했다. 현재까지 26만 가구를 지었고 이 중 임대주택 18만 가구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SH공사가 그동안 공급한 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만 약 6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에 이른다. 변 사장은 “올해는 성동구치소 이전 부지 개발과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성, 복정환승센터 복합개발, 신길역 역세권 복합개발 등 도시재생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올해 공공 디벨로퍼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노후 저층 주거지를 통합 개발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 △관악구 강남아파트 등 재난위험아파트 정상화 △창동·상계동 등 신경제 중심 도시거점 조성 △공유지 위탁개발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임대보증금, 부채 기준서 제외해야”

SH공사가 공공주택 사업을 펴나가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다름 아닌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민간 건설사가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꺼리는 임대주택 사업이나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 지원, 노후주택 재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려고 해도 높은 규제 장벽과 미미한 정부 지원 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도시개발공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공사는 서민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록 임대보증금, 이른바 ‘착한 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SH공사의 부채는 16조1942억원. 1년 새 8000억원이 줄었지만 부채 비율은 226%로 높은 수준이다. 행정자치부의 공사 부채관리 기준(230% 이하)을 겨우 맞췄다.

변 사장은 “임대보증금과 주택도시기금 등 임대주택 관련 부채가 총부채의 62%를 차지한다”며 “이외에도 선수금(2조8000억원) 등을 제외하면 민간차입금은 2조5000억원으로 전체 자본금(7조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대보증금 등을 부채 기준에서 제외해주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사업성이 떨어지고 안전 등의 이유로 긴급한 개·보수가 필요한 재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나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장기 대여 등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최근 전 부서가 합심해 ‘지방분권형 도시재생·맞춤형 주거 복지를 위한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현재 49개 제도 개선 과제를 선별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리츠사업 활성화에 방점

SH공사는 올해 민간자본을 투입하는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공사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리츠를 선택한 것이다. 변 사장은 “주거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재생사업 지원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며 “리츠 사업을 통해 공사 재정 건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환으로 시작한 사업이 서울리츠다. 이 사업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료를 받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을 5% 이하로 제한해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을 받는 2030 청년세대들에게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미 1호 사업지로 양천구 신정동과 은평구 진관동을 선정해 1500여가구 공급을 앞두고 있다. 서울리츠 2호와 3호는 각각 재개발 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매입형으로 추진해 총 4400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SH공사는 사업 진행이 더뎌지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도시정비형 리츠사업도 진행 중이다. 변 사장은 “일반 분양아파트를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구조로 이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 시내 300여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역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 사장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적정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약 10%. 지난해 말 대비 서울시의 전체 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7.04%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보다도 낮다. 변 사장은 “임대주택은 서민들에게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주택 공급 수단인데도 소수자 특혜 논란, 과도한 비용 발생, 지역 반발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이 원할치 않다”며 “앞으로 창업 지원과 예술인 전용 협동조합 주택 및 여성안심주택 등 계층별로 특별한 수요가 있는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창흠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서울도시개발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과 2000년 서울시의 정책자문기관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부 부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서울시와 인연을 맺었다. 2003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자문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도시·주택분야 전문가다. 2014년 11월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 수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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