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의 기술]ⓛ할인의 심리전..숫자를 의심하라

최은영 기자I 2015.11.12 07:00:00

소비자 마음 움직이는 매직 컬러에 숫자, 그리고 문구
뛰는 소비자 위에 나는 판매자
990원, 1+1, 반값 판매..할인 마케팅에 숨겨진 비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SPA 패션 브랜드 매장. 입구부터 할인 상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1000원, 1만원이 채 안 되는 상품. 사려는 물건에 무언가를 덤으로 얹어 주는 상품. 금액에 상관없이 균일가에 판다는 제품. 특정 기간에만 싸게 살 수 있다는 한정판 등등. 빨간색으로 커다랗게 쓰인 ‘세일(Sale)’이란 팻말에 이런 문구가 더해지면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디자인에 품질까지 같다면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고 싶은 것이 모든 소비자의 마음이다. 반면 판매자는 ‘어떻게 하면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값나가게 혹은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런 상반된 가치의 접점에서 물건 가격이 매겨지는데, 이때부터 판매자와 소비자 간 고도의 심리전은 시작된다. 1000원에서 10원 빠지는 990원, 1만원에서 100원 싼 9900원 상품은 많아도 그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중에서도 ‘할인’은 소비를 활성화하는 최상의 촉매제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할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패션·식음료업계 할 것 없이 방식만 다를 뿐 할인 행사는 거의 매달 진행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주 단위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는 평균 103일 동안 세일을 진행했다. 올해는 정부가 나서 유통업계 전체가 2주간 세일을 실시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까지 더해져 할인기간이 더 늘었다. 따라서 생산자만큼이나 정보가 많은 똑똑해진 소비자를 상대하다 보니 할인의 기술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요즘 유통업계는 할인에 할인을 더하고, 할인에 기간과 판매수량 등을 한정하는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놀이공원 혹은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권처럼 백화점 할인권이 20%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할인 정보만 한데 모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저렴하다 싶은 상품에는 이유가 있다. 이월상품이거나 식품의 경유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디자인만 같을 뿐 소재가 다른 함정이 있다. 물론 비수기 등 공급자의 사정에 따라 같은 품질의 제품이 저렴하게 유통되는 때도 있다.

요즘처럼 할인 상품이 넘쳐나는 때에는 제 가격을 다 주고 물건을 사면 ‘호갱’ 취급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샀다고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세일’이란 두 글자에 혹해 필요 없는 물건을 사놓고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쇼핑을 즐기고 그런 만큼 실패도 많이 해본 이들은 “사려고 했던 물건이 예상보다 싸다면 ‘왜?’라고 이유를 먼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할인 행사에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치밀한 상술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한 쇼핑 커뮤니티 운영자는 “세일 상품을 ‘최대 50%’라고 하면 사람들은 50이라는 숫자만 보고 현혹되기 쉬운데 그보다 중요한 건 ‘최대’일 수 있다”면서 “저가 상품도 마찬가지다. ‘1만원부터’라고 하면 사람들은 1만원만 기억하는데 ‘부터’라는 꼬리표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진행 중인 초밥 균일가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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