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채권 규모가 가장 컸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종 대출채권 규모는 7조9864억원으로 전년 말 7조5168억원 대비 6.2% 늘었다. 이는 은행권 건설업종 전체 대출채권 중 18.8%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금리 기조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특수한 목적이 맞물리면서 대출채권 규모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대비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금리 인상 기조에 부담을 느끼고 기업은행을 찾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건설사 대출채권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다. 중신용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K뱅크가 비교적 불확실성이 큰 건설업종을 대상으로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라는 설명이다. K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종 대출채권 규모는 529억원으로 전년 39억원 대비 13.5배 급증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건설업 대출 규모가 증가한 것은 건설사들의 단기차입 선호 영향이 크다. 자본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저하된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다 보니 회사채 등 장기차입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최근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차입금 차환 과정에서 은행 대출과 기업어음(CP)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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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 대출과 기업어음(CP) 등 단기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 은행권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실행이 쉽지 않지만 은행을 찾는 건설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 건설사들을 보면 사업장별로 돈을 융통하기 어렵다 보니 단기로 조달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늘어난 대출 규모만큼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PF 위기로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차입금 상환 여력도 급격히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건설업종 대출 연체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5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도산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미 대출채권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9개 건설사가 부도처리된 것으로 집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증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출 규모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도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