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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실적 뿐"…美 부채한도 협상·G7 회의에 불안한 증시

양지윤 기자I 2023.05.14 09:45:30

[주간증시전망]
외인·기관 순매수에도 개인 약 6000억 순매도
美 부채한도 협상 불안감 여전
연준위원 발언·G7 정상회의 '첩첩산중'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눈치보기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는 이번 주(15~19일)부터 2주간 집중 협상을 벌이기로 해 글로벌 금융 시장의 경계심리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 후반부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주식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앞으로 더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보고 실적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美 부채한도 협상 불안감 여전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15.58포인트(0.63%) 하락한 2475.42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간은 각각 2356억원, 3801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개인은 5968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3거래일을 제외하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을 주시하며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제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이르면 6월1일)을 앞두고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탓이다.

상장사 실적 발표 이후 모멘텀이 부재한 것도 주식시장이 횡보세를 이어간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 컨센서스가 제시된 코스피200 기업들 중 91%(시가총액 기준)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현재까지 기업들의 실적 합계는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의 109% 수준이다. 다만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 상장사 비중은 56%로 절반을 겨우 넘어섰다. 문제는 올 연말까지 실적 둔화세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최근 2주간 2~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 0.4%, 0.8% 증가하는 데 그치며 부진할 전망이다.

이번주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와 미 연방준비위원회(Fed) 위원들의 발언, 부채한도 협상, G7 정상회의 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켜봐야 할 거시경제 관련 이벤트는 △15일 미국 뉴욕 제조업지수(5월) △16일 미국 소비판매·산업생산(4월), 중국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4월) △17일 미국 주택착공건수·주택건설허가(4월) △18일 미국 필라델피아 연준 경기전망(5월) 등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근원물가의 높은 수준과 양호한 노동시장의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완화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번주 연준 의장을 비롯해 많은 연준위원들은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추려는 발언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연준위원 발언·G7 정상회의 ‘첩첩산중’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관련 마찰음은 이번주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채한도 협상은 1960년 이후 78번이나 되풀이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2011년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겪고 난 뒤부터 결국 해결될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과거 부채한도 문제가 디폴트로 이어진 사례가 없었던 만큼 유예기간 연장 등을 통해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협상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치킨게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과 협상 과정에서 재정지출 삭감이 이뤄질 경우 정책 추진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결국 해결될 이슈일 가능성이 높지만 협상 상황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G7 정상회의도 지정학적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시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는 세계금융시스템 강화방안과 러시아 추가 제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특히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굵직한 주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국내외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외변수로 주가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실적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은 “주가 박스권 구간은 주도주 등장 전 에너지 충전 구간으로 짧은 간격의 순환매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주도주 압축 과정이 나타난다”며 “실적주, 수급 공백 업종, 수주산업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자동차, 헬스케어, 우주항공 등을 관심 업종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 G7 정상회의 전후 불거질 수 있는 미·중 갈등 등 정치·외교적으로 불안한 변수들이 예정된 가운데 기업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지 수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실적시즌에 따른 종목 간 차별화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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