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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효율 15% 늘고 원가 30% 줄고… 스마트공장이 효자”

김정유 기자I 2019.04.18 05:00:00

스마트공장 도입한 우수 中企 2곳 가보니
우림하이테크, 원가절감에 매출 및 수출 성장
비와이, 이익률 10%로 급상승, 가동률도 17% 개선
"사후관리·지원규모 미진, 컨설팅 연계도 허술" 아쉬움도

문길주 우림하이테크 대표가 경기도 시흥시 본사 공장에서 스마트공장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시흥=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경기도 시흥에서 기능성 밸브를 제조하고 있는 중소기업 우림하이테크는 지난해 매출액 80억원(잠정)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77.7%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2015년부터 3년간 매출액이 40억원 안팎으로 정체상태였던 우림하이테크는 ‘스마트공장’ 도입이란 ‘승부수’를 띄우면서 매출과 수출액이 동반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생산 효율이 15% 증가한 반면, 제조원가는 30% 이상 절감하면서 영업 측면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 수출액도 2014년 10만 달러에서 2016년 250만 달러로 25배 가량 증가했다.

17일 경기도 시흥 우림하이테크 본사에서 만난 문길주 대표는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생산과정이 표준화되면서 자체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데이터를 중시하는 해외 시장에서도 다시 수주가 늘게 되면서 전반적인 실적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1984년 문 대표가 설립한 우림하이테크는 고압력 밸브, 기능형 밸브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연매출 80억원, 직원 수 35명의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계기는 수출 때문이었다. 문 대표는 “2010년 초반 연간 20억원씩 거래했던 미국의 한 업체가 생산공정 데이터를 요구했는데 제공하지 못하면서 거래 관계가 끊겼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마트공장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2015년 정부 지원을 통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전 공정을 표준화하자 다시 해외 수주가 늘어났다”며 “매출이 증가하면서 품질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 채용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림하이테크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로부터 총 1억5000만원의 지원을 받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총 세 차례에 걸쳐 받은 지원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체감이 쉽지 않았다. 자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문 대표는 “초창기 스마트공장추진단으로부터 4000만원 지원을 받았지만 당시엔 컴퓨터 몇 대와 컨설팅 비용 밖에 안되는 수준”이라며 “우리가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3억5000만원을 자체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효과도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림하이테크의 불량률은 0%에 근접해 있고 생산효율은 15% 늘었다. 매출과 수출 성장까지 외연적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데 스마트공장이 기반 역할을 했다고 문 대표는 자부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반도체 장비 컨트롤 패널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비와이인더스트리(이하 비와이)도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곳으로 꼽힌다. 2016년부터 정부 지원 50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300만원을 투자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비와이는 영업이익률이 2016년 1%에서 2017년 10%으로 10배 상승하고, 설비 가동률도 17% 높아졌다. 작업 준비시간 역시 기존대비 80% 이상 줄어들어 설계팀의 경우 퇴근시간이 평균 2시간이나 단축됐다.

1988년 이정한 대표가 설립한 비와이는 과거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자재 사용률이 저조해지고 작업환경도 열악했다. 영업이익률이 한때 2%까지 떨어지면서 이 대표는 폐업까지 고민했을 정도. 하지만 이 대표는 우연히 유럽에서 스마트공장 사례를 접하고 이를 자신의 회사에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과거 업황은 안 좋은데 급여는 많이 나가고 직원들의 이탈도 심했다”며 “함께 살아보자는 심정에 젊은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매번 손해보고 버렸던 고철 잔재를 효율성 있게 활용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확 늘었고 오전 제품 배송기사들의 동선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변화를 주면서 생산성도 높였다”며 “젊은 직원들이 스마트공장을 우리 회사에 잘 입혀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스마트공장 도입에 적극적인 중소기업들이지만 정부 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사후관리 과정에서의 아쉬움, 전문성이 없는 컨설팅 지원, 그리고 ‘너무나 적은’ 정부 지원 규모의 한계가 대표적이다. 자금력이 딸리는 중소기업들은 스마트공장 관리를 위한 인재 확보 자체가 어려워 컨설팅부터 사후관리까지 외부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문길주 우림하이테크 대표는 “좋은 인력을 쓴다는 건 현재로서 힘든 일이어서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도중에 계약을 맺은 컨설팅 업체가 부도가 나 없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겨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금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정한 비와이 대표는 “초창기 스마트공장추진단이 5000만원을 지원해줬지만 스마트공장이 한 번에 구축되는 것도 아닌만큼, 중소기업 입장에서 5000만원의 매칭 투자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연계해준 솔루션 업체 역시 우리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맞춤형 시스템 구축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스마트공장 도입이 실패에 이르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승 비와이 전무 역시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국내에서 우리 회사의 산업분류는 납품처 업종에 따라 반도체 장비업으로 분류된다”며 “때문에 전혀 다른 분야의 솔루션 전문가가 연계되면서 (스마트공장 구축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한 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왼쪽 4번째)가 경기도 시흥 본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회사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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