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일자리가 희망이다]①"10년 일하고 두달 놀자"… 신바람 나는 한미글로벌

성문재 기자I 2018.07.16 05:30:00

5년 연속 '한국 최고의 직장' 톱 10 선정
급여 100% 지급 안식휴가 10명 중 7명 써
자녀학자금에 출산 장려금도 파격적 지원
"제대로 쉬고 와서 조직 능률 더 높아져"

안식휴가 수혜자인 장인성(왼쪽) 한미글로벌 사업지원실 이사와 사회공헌활동 리더인 문유란 따뜻한동행 대리가 서울 삼성동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제가 2개월 안식휴가를 간다고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다들 ‘그래, 나도 간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생각이 퍼지면 이런 제도가 다른 회사들로 확산될 수 있겠죠?”

장인성 한미글로벌 사업지원실 이사는 1996년 회사 창립 때부터 20년 넘게 회사에 몸담은 ‘한미글로벌맨’이다. 그는 건설업계를 넘어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미글로벌만의 안식휴가 제도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장 이사는 “연차 몰아서 한달 휴가 간다고 하면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현실”이라며 “회사에서 이렇게 제도를 만들어놓고 공식적으로 휴가를 주니까 직원들도 2개월 동안 부담없이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일하면 두달 휴가… 5년 연속 ‘최고 직장’ 톱10

지난 1996년 미국 엔지니어링업체 파슨스와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건설사업관리(C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053690)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세계 최대 인사조직 컨설팅 기업인 에이온휴잇이 발표하는 ‘한국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작년까지 5회 연속 톱(TOP) 10에 선정됐다.

장인성 이사가 한미글로벌의 안식휴가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한미글로벌은 ‘행복한 구성원이 탁월한 기업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가정과 일의 양립을 위한 탄력근무제 및 다양한 육아휴직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식휴가 제도가 압권이다. 직원은 10년, 임원은 5년 근속할 경우 2개월의 안식휴가를 쓸 수 있다. 근속연수 기준을 채운 354명 가운데 70%(246명)가 이미 2개월간의 꿀맛 같은 휴가를 체험했다.

안식휴가 기간에도 회사는 급여를 100% 지급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부분이지만 직원들이 합심해 더 큰 성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10년 넘게 안식휴가 제도가 이어질 수 있었다.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안식휴가를 보완한 리프레시(Refresh)휴가 제도도 도입했다. 입사 5년 이상자에게 1개월의 휴가를 부여하는 것이다. 5년마다 1개월의 리프레시휴가를 받거나 10년 일하고 2개월간의 안식휴가를 받거나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

장 이사는 “긴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고 돌아와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일을 한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며 “처음에는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제대로 쉬고 와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어 능률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기본, 학자금 지원도 팍팍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의 기획·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 등 프로젝트의 전 단계를 통합 관리하는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회사다. 적기에 예산 범위 내에서 고품질의 건축물을 사업주에게 넘겨주는 일을 한다. 그렇다 보니 직접 시공을 하는 대형 건설사들처럼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는 않다. 작년 말 기준 한미글로벌 직원 수는 정규직 592명, 기간제 근로자 149명 등 총 741명이다. 10대 건설사 중 직원 숫자가 가장 많은 GS건설(7099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고용의 양은 많지 않지만 질은 대형 건설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체 직원 중 정규직 비율이 80%로 건설업계에서 높은 편이다. 최근 3년간 정규직 중심으로 채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급여도 1인당 평균 7490만원으로 10대 건설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한미글로벌은 장애인과 장년층 채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총 15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으며, 그 중 1명은 직원들을 위한 안마사로 활동 중이다. 직원들은 사전 예약만 하면 언제든 안마를 받을 수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올 들어 저출산 문제에 꽂혔다. 김 회장은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가족친화인증기업 모임인 가족친화포럼의 공동대표를 지난 2011년부터 맡고 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함께 나서야 한다”며 “정책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글로벌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미혼 직원을 위해 결혼추진위원회를 꾸려 결혼을 장려하고 있다. 출산과 관련해서는 다소 파격적인 지원책이 있다. 다자녀 출산 장려금을 만들어 셋째 자녀 출산 때 300만원, 넷째 출생시 500만원을 지원한다. 정익교 한미글로벌 이사는 “4명을 출산하는 것이 회사의 권고사항”이라며 “얼마 전 쌍둥이를 낳으면서 자녀가 4명이 된 한 직원은 다자녀 출산장려금과 별도로 10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출산휴가 90일과는 별도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것도 눈에 띈다. 육아휴직 기간은 의무적으로 6개월을 써야 하고, 1년 6개월을 추가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학자금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지원한다. 자녀의 수에 구애받지 않는다. 입양 자녀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준다. 고등학교는 학기당 35만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대학교는 학기당 4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14년부터는 비정규직 직원에게도 자녀 학자금 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임직원 자녀 총 8533명에게 총 113억5624만원의 학자금이 지원됐다. 작년 매출 2008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한 한미글로벌은 같은 기간 12억2350만원을 학자금 지원을 위해 집행했다.

◇사회공헌에도 앞장… 업무 노하우 활용 차별화된 지원

파격적인 직원복지 혜택과 함께 한미글로벌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사회공헌 활동이다. 김 회장은 사회봉사 활동에 앞장서기 위해 지난 2010년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을 설립하고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따뜻한동행은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복지 지원, 첨단보조기구 지원, 일자리 창출 및 자원봉사 활동 지원 등을 실시하는 순수 비영리단체다. 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1%를 기부하고 회사가 그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칭 지원한 재원으로 운영된다.

작년 11월 따뜻한동행에 합류한 사회복지사 문유란 대리는 “장애인, 어르신, 아이 등 다양한 대상자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어 좋다”며 “직원들이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 지인들과 같이 와서 활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따뜻한동행의 공간복지 지원 사업은 올해 의미있는 변곡점을 맞는다. 300번째 시설(주택)에 대한 환경 개선 작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유란 대리는 “CM 전문기업이다보니 관련 기술력을 활용해 차별화된 지원이 가능하다”며 “공간복지사업은 단순히 공간의 개념만 있는 게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사회적인 약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식휴가 수혜자인 장인성(오른쪽) 한미글로벌 사업지원실 이사와 사회공헌활동 리더인 문유란 따뜻한동행 대리가 서울 삼성동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