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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공짜배달']"공짜는 없다"…외식업계, 배달 유료화 확산에 소비자 분통

강신우 기자I 2018.06.28 06:00:00

20만 음식점 등록 배달앱 1위 '배민', 배달료 메뉴 신설
음식점, "최저임금↑, 배달대행료 인상 탓 '고육책'"
소비자만 '봉' 불만 폭주…靑 국민청원 게시판도 시끌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배달료 2000원이 추가됩니다. 바로 결제 및 현장 결제 주문시 메뉴판에 등록된 배달료도 선택해 주문 바랍니다.”

평소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강모(32)씨는 최근 자주 이용하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눌렀다가 낯선 공지 사항과 마주했다. 기존 앱에는 없던 메뉴가 생겨서 살펴보니 ‘배달료’ 안내였다. ‘메뉴 주문시 배달료는 현장에서 카드 또는 현금 결제를 부탁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강씨는 “가격 인상을 안 하겠다더니 결국 배달료를 새로 만들어 ‘꼼수’를 부린 것 같아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배달료,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비 메뉴를 신설하면서 바야흐로 ‘공짜 배달’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 앱으로 주문·배달하는 시대,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배달비 유료화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공산이 크다. 배민 앱은 20만여개의 배달 음식점들이 등록돼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1억5000만여 건의 음식 주문을 중개했다. 작년 음식 주문액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앱을 실행해보니 지역에 따라 배달비는 1000원~3000원까지 다양하다. 이를테면 주문 시 교촌 허니 콤보(1만8000원)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배달료(2000원) 메뉴를 추가로 장바구니에 담으면 한 번에 결제 가능하다. 우선 업주가 배달비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고 배달비 메뉴를 추가하면 소비자들이 음식값과 배달비를 한 번에 결제하는 방식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비가 확산하면서 메뉴에 정식으로 배달비를 추가해 달라는 업주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이번 시스템 수정을 통해 업주와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내 배달료 책정 음식점 수.(그래픽=이미나 기자)
배민앱 서비스 개편으로 치킨뿐만 아니라 피자와 햄버거 등 배달료를 받는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민에는 현재 20만여개의 음식점이 등록돼 있는데, 업계에선 당분간 눈치 보기를 하다 배달비 명목의 가격 인상이 가속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앱 실행 화면. 교촌치킨 상품 외 배달료 메뉴가 생겼다.(사진=배민앱 캡쳐)
◇피자·짜장면·햄버거도 ‘유료 배달’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화 하는 분위기다. 배민앱에 등록된 한 피자집은 ‘여의도동 배달료 3000원 추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서비스로 따라 오던 콜라는 ‘별도 주문’ 사항이 됐다.

짜장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배달팁 명목으로 2000원을 받고 있다. 최소 주문 금액도 1만원, 한 그릇은 아예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햄버거 전문점에서는 배달료를 지역에 따라 1000원~3000원까지 차등해서 받고 있다. 더군다나 배달료는 ‘현금 결제’로 제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배달대행료가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배달료를 받게 됐다. 다른 음식점들도 유료 배달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니 지역별로 1000원부터 3000원까지 차이를 두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7500원으로 오르면서 유료 배달업체의 증가가 본격화 했다.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마진율이 줄어든 데 따른 고육책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체 배달인력을 쓰자니 인력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커 업체 대부분은 배달대행업체를 끼고 있는 형편이다.

배달 대행료도 대폭 올랐다. 서울 지역의 평균 배달 대행료는 1.5㎞당 3000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 약 3500원으로 16.7% 올랐다. 여기에 100m당 추가 배달비 100원이 따라 붙고 300원 정도 건당 관리비도 내야 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한 가맹점주는 “배달 대행료가 2㎞당 3000원 수준이었는데 4000원으로 1000원 더 올린다고 해 다른 업체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비? 사실상 가격 인상”

여기저기에서 소비자만 ‘봉’이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맘카페’에서는 “배달료를 왜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직접 매장에 찾으러 가도 배달비를 받더라” “말이 좋아 배달비지 음식값 올린 것과 뭐가 다르냐”는 등 불만 글이 폭주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배달료 관련 청원이 등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달비 청구 과연 정당한가’ ‘치킨 배달비 없애 달라’ ‘배달비 인상 반대한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배달앱 이용 고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료를 안 받으면 감사하고 1000원이면 다행, 2000원이면 속상, 3000원이면 안 시킨다”고 하소연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원래 무료 배달을 했던 치킨집은 왜 배달료를 받나, 족발집은 갑자기 또 왜 받느냐”며 “원재료비는 내렸는데 음식값은 내리지 않으면서 이제는 배달료까지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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