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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무사안일로 초래된 ‘쓰레기 대란’

논설 위원I 2018.04.03 06:00:00
수도권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단 고비를 넘겼다. 환경부 설득에 따라 수거업체들이 어제 폐비닐 등의 분리수거 거부 입장을 바꿔 정상 수거하기로 동의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비닐·스티로폼 등을 걷어가지 않아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임시 미봉책일 뿐 비슷한 소동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주 가신 건 아니다.

사태는 전 세계 폐기물의 56%를 수입하던 중국이 올 1월 폐비닐 등 재활용품 24종의 수입을 금지한 것이 발단이다. 중국 수출이 막힌 데다 미국, 유럽 등에서 들어온 폐기물까지 늘면서 폐기물 가격이 폭락했다. 게다가 올부터 소각·매립 부담금이 부과됨으로써 수거업체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 이처럼 채산성이 떨어지자 업체들이 일부 품목의 수거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다. 중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기물 수입 중단을 밝힌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이미 8개월 전부터 혼란이 예견됐던 셈이다. 그런데도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대는 꼴이다. 진작에 예고됐던 불편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고도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세먼지 대응에서와 비슷한 사태다.

환경부가 어제 부랴부랴 내놓은 긴급대책도 근본 해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수거업체들의 처리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일상생활에서 비닐·일회용컵·플라스틱 등의 사용 감축을 유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차제에 발등의 불을 끄는 데서 더 나아가 재활용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폐기물을 재활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쓰레기 처리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급속한 환경오염이 빚어질 것이 자명하다. 더 늦어지기 전에 폐자원을 화학연료나 재생원료로 에너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와 지자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비닐과 스티로폼 생산을 줄이고 국민은 소비를 자제하는 등 원천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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