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일정-꼬인 매듭…험난한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

김경은 기자I 2016.06.21 06:35: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안 검토를 시사했지만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양사의 합병은 구조조정 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촉박한 시일 탓에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합병은 해운업 구조조정의 최종 마침표로 여겨지고 있어 존속법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양 사간 미묘한 긴장함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운영자금조달-해운동맹가입…뒤엉킨 합병 과제들

양 사의 합병은 글로벌 해운업계가 치킨게임을 벌이며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한 대형화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국적 해운선사를 두 곳이나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자금난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 오너 기업이었던 양사는 채무조정을 거치면 채권단이 지배주주로 부상하게 돼 채권단 주도의 합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합병을 위해 남은 과제들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채무조정 이슈에서 한진해운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자 및 협약 채권자 채무조정 등이 남아있는데 당장 1조원에 달하는 운영자금 조달이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조정이 현대상선보다 불리한 형국에 있어 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팔 수 있는 자산도 거의 없다. 채무조정 선결 조건에서 삐그덕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다음달 중순 대주주 무상감자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와 사채권자 등의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 청약 등을 거치면 지분구조가 채권단 중심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남아있다. 현대상선은 이달초 국제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 의사를 전달했지만 한진해운이 버티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는 9월말까지 미국, 중국 등 국가별 규제당국에 항구 입항 승인을 받아내야해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가입을 확정지어야 한다.

◇현대상선 정상화 고삐 쥔 한진해운…눈치싸움까지

당초 채권단은 공모사채 비중이 낮고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현대상선의 피흡수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현대증권 매각이 1조2000억원 규모로 성사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경우 현대상선은 독자생존도 가능한 수준으로 정상화된다. 이 경우 한진해운이 버려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운영자금 조달이 시급한 한진해운이 채권단을 압박할 수단으로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진해운의 동의가 없다면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은 불가능해지고 회사 정상화마저 물 건너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생존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한진해운으로서는 최대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해 있다”며 “양 사 정상화 여부를 놓고 눈치작전이 전개되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최종적인 합병 성사 여부는 현재로선 더욱 점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 [줌인]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눈물 - 임종룡 "채권단, 더 큰 리스크 우려‥현대상선 합병은 불가" - 임종룡 "채권단 지원시 더 큰 리스크 질까 걱정"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