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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 호황’과 닮은 듯 다른 ‘신3저’의 역설

김남현 기자I 2014.12.22 06:15:00

저유가·저금리 ‘닮은 꼴’…환율은 엔고→엔저로 반대
수출기업 환리스크 발목, 기름값 내려도 경기 안 풀려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대한민국호가 1980년대 ‘3저’(저금리·저유가·달러약세)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저금리·저유가 등이 성장동력 역할을 못하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신3저’(저성장·저물가·엔저)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우리경제를 옥죄는 형국이다.

정부도 위기인식을 느끼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재정관리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실물지표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고 유가 하락과 러시아 경제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제는 심리다”라고 외쳤던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현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인식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앞서 지난 10월29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경제가 지금 이같은 신3저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3저 중 ‘저유가’는 80년대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무역수지 흑자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러시아 쇼크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기 위축의 우려감마저 보이고 있다. ‘저금리’도 80년대에는 기업의 이자지급액 규모를 낮추며 기업의 투자확대를 유도했지만 최근에는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가 둔화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환율은 예외적으로 80년대 3저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 달러약세현상을 보이면서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엔저 기조로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이 예측된다.

정부는 현재까지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재정조기집행을 비롯한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단기 대응책만 내놨다. 그 결과 신3저 여파에 경기상황은 물론 심리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3.2% 성장에 그치며 지난해 2분기(2.7% 성장) 이후 5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1월 현재 103을 기록, 지난해 9월 102 이후 14개월만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개선을, 그 밑은 부진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불신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외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만 한껏 부풀린 건 아닌지 짚어볼 때라는 것이다. 또 최 부총리의 과도한 경각심이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희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수행에 앞서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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