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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 명가 지브리의 비밀을 벗긴다

김인구 기자I 2013.06.21 08:02:00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이웃집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레이아웃 첫 공개
미야자키 하야오·다카하타 이사오 수작업 스케치
22일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레이아웃(사진=현대카드)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 지브리 스튜디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속살을 공개한다.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이다. 현대카드 11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지난 4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팀 버튼’ 전에 이은 두 번째 대중친화적 미술전시회이기도 하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국의 디즈니·픽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제작사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다. 1986년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의기투합한 창립작 ‘천공의 성 라퓨타’를 시작으로 지난 27년 동안 수많은 히트작을 냈다. ‘모노노케 히메’(1997),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벼랑 위의 포뇨’(2008) 등은 한국팬들에겐 매우 익숙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런 명작들의 밑그림이 된 레이아웃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지브리 스튜디오와 지브리 미술관이 보유 중인 작품 1300여점이 처음으로 바다를 건너왔다. 지브리가 수십년간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100% 수작업 과정과 비밀이 모두 담겨 있다. 애니메이터들이 쏟은 열정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 이전 작품들도 선을 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TV만화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초기작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의 레이아웃도 포함된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한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는 것도 처음이지만 지브리가 자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브리가 3D 컴퓨터나 디지털을 거부하고 끝까지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해왔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홍준화 현대카드 브랜드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평화와 환경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비밀 설계도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지브리 애니메이터들이 하나하나 연필로 손수 그려낸 뜨거운 열정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입장권은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2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070-4246-3600.

▲미야자키 하야오(72)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연출가이다. 그의 작품이 곧 지브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를 좋아했지만 부친의 영향으로 대학에선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1963년 도에이 영화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애니메이션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평생의 동반자 다카하타 이사오를 만난 것도 이때다. 데뷔작은 TV만화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1978)이다. 천방지축 소년 코난과 순수감성 소녀 라나의 우정과 모험이 테마였다. 이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모노노케 히메’(1997) 등 후속 작품에서도 특유의 소년·소녀 주인공 캐릭터를 유지했다. 원화부터 채화까지 아날로그 셀 애니메이션의 전 과정을 거친 장인으로 통한다. 작품 전반에 자연친화 및 환경론적 세계관과 반전 메시지를 내포한다.

▲다카하타 이사오(78)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거장이다. ‘미래소년 코난’을 같이 제작했고 이후 수많은 히트작을 합작했다. 미야자키가 판타지적 이미지가 강하다면 다카하타는 일상적인 소재와 리얼리티에 주목했다. 그가 연출한 ‘반딧불의 무덤’(1988), ‘추억은 방울방울’(1991) 등은 1960~197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인기를 끌었다. 미야자키와는 작업 스타일이 달라서 오히려 오랫동안 잘 맞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공은 1994년에 제작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이다. 무분별한 택지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게 된 너구리들이 둔갑술을 사용해 인간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당시 같이 개봉했던 디즈니의 ‘라이언 킹’을 압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카하타 이사오(왼쪽)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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