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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경제협력 상징 부활…외화 안전판 딛고 국제 공조 시동

공지유 기자I 2023.06.30 06:00:00

추경호 부총리,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 참석
중단 8년 만에 재체결…"규모 작지만 관계 복원 상징"
전문가 "美와도 체결한 日, 韓 환율 안정 큰 기여"
투자·금융 등 협력도 강화…내년 한국서 9차회의 개최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이지은 기자] 한일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통화스와프(통화 교환)가 부활하면서 양국의 ‘해빙 무드’가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엔화가 아닌 달러화 기반이라는 점에서 국내 외환 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일 양국은 통화스와프 체결을 계기로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단 8년 만에 재체결…“규모 작지만 한일 관계 복원 상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오후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과 ‘제8차 한일재무장관회의’를 열고, 2015년 이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8년 만에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2015년 2월 통화스와프 종료 당시와 같은 미국 달러화 100억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 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일 양국은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2001년 7월 처음으로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이후 2005년 30억달러, 2006년 80억달러를 추가 체결한 데 이어, 2011년에는 10월 270억달러, 12월 300억달러를 각각 체결하면서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다가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규모가 계속 줄었고, 마지막 남아있던 100억 달러 계약이 2015년 2월 만료되면서 종료됐다.

한국과 일본은 2016년 8월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듬해 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논의 중단을 통보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결국 통화스와프 협정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등을 고려할 때 한일 통화스와프가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아 스와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144엔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이미 넉넉하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66억8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스와프가 한·일 해빙 무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규모가 불어난다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클 것으로 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15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환율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일본이 필요 시 언제든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안정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전에는 최대 700억달러 규모까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양국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경우 규모가 더 커지면서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기재부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은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회복돼 온 한일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도 복원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라며 “양국간 유사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세안+3 등 역내 경제 및 금융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금융·조세 협력도 강화…내년 한국서 9차 회의 개최키로

이날 한일 재무당국 수장은 세계 및 역대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자 및 다자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글로벌 복합위기에 공조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국제 무대에서 주로 논의되는 저소득국 채무조정,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 등에 관해 연대하고,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에 관한 재원구조 개편, 신규 금융 프로그램 도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 협력채널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른 국제조세에 관해 한일 세제당국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2016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연내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이번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 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제3국 공동진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참여하는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과 공급망 구축,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 등과 관해 한일 정책금융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내년 한국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는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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