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산은 없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 능력 증가세가 주춤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메모리 생산 능력은 19억573만1836개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지난 2021년 전년 대비 42.7% 대폭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수치가 주춤했다. 2020년(24.5%), 2019년(39%)에도 전년비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캐파 확장 속도가 느려진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라인 최적화 작업 등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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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감산을 선언한 미국 마이크론의 1분기 D램 가동률은 84%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약 20% 수준의 감산을 예고한 데 따른 수순이다. 업계는 이같은 가동률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말 감산을 발표한 SK하이닉스 역시 D램 가동률이 2분기 82%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1분기 90%대 가동률을 유지한 데 이어 생산 속도를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업계의 높은 재고 수준을 정상화하고 수급 균형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성숙공정(레거시) 및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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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반등이 하반기께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당장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메모리 기업들로서는 고민이 크다. 제조기업들이 갖고 있는 재고 규모마저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재고는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전년 말(16조4551억원) 대비 76.6%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반등 예측이 나온다”며 “상반기가 고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조기업에 쌓인 재고보다 고객사 재고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본다. 또 서버 등 수요 회복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의 주문량 증가를 기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 단계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라며 “공급사 재고 절대량이 높더라도 고객사 보유 재고가 줄면 구매 패턴이 정상화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반등할 조건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 연구원은 “추가적인 공급 조절 가능성은 낮다”며 “하반기 수요 회복을 생각하면 가동률 조절, 웨이퍼 투입량 조절은 이미 늦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