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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혁신인가, 거품인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나스닥 상장 4거래일 내내 주가가 폭등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3위까지 치솟았다.
리비안은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마존이 지분 20%를 투자하며 보증한 회사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긍정론과 함께 차량 생산 능력이 검증된 적 없는 신생 회사라는 점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부정론이 동시에 나온다.
◇4거래일 만에 주가 두 배 뛴 리비안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리비안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4.94% 치솟은 주당 149.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52.53달러까지 상승했다. 나스닥 상장 이후 불과 4거래일 만에 공모가(78.00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91.49% 올랐다.
리비안은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29.14% 뛰었고, 그 이후 22.10%→5.66%→14.94%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4거래일 연속 초강세를 이어가며 시장 전반에 ‘리비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공개(IPO) 컨벤션 효과라고 치부하기에는 주가 상승세가 지속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리비안 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건 시총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시총 분석 사이트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리비안의 시총은 1463억달러를 기록했다. 폴크스바겐(1409억달러), BYD(1326억달러)를 하루 만에 제치고 3위로 점프했다. 자동차업계에서 리비안보다 시총이 큰 회사는 테슬라(1조170억달러)와 도요타(2578억달러)에 불과하다. 상장과 동시에 폴크스바겐, 다임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 혼다 등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을 제친 것이다. 주가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도요타마저 사정권에 있어 보인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R.J 스캐린지(38)가 2009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리비안은 대형 전기차를 만들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전기 픽업트럭 R1T, 7인승 전기 SUV R1S, 전기배달 트럭 등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리비안은 제조 기술력을 인정 받아 2019년부터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대거 투자 받았다. 특히 지분 20%를 보유한 아마존은 2030년까지 리비안 전기차 10만대를 주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마존은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는 배송 차량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마존의 물류망에 리비안이 진입한다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75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어서 리비안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간접적인 호재다.
◇혁신? 거품?…리비안 현상 갑론을박
다만 일부에서는 주가 고평가 논란이 많다. 리비안이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리비안은 지난 9월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R1T와 R1S를 5만대 가까이 사전주문을 받았지만, 아직 대량 생산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리비안은 차량을 인도하는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인 게 객관적인 분석이다.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월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리비안이 대량 생산을 하고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현금흐름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진정한 시험”이라고 했다.
자동차 제조 기술력이 검증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리비안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은 제조 기술력이 견고해야 하고 사후 서비스 경쟁력이 받쳐줘야 한다”며 “신생 업체인 리비안의 열풍은 곧 사그라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비안은 테슬라보다 전기차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고 아직 수익이 없다”며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에 끌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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